취재수첩|정주하는 공무원이 지역을 살린다
지역소멸을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인구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출산장려금과 귀농·귀촌 지원, 청년 정착 정책을 내놓는다. 틀린 방향은 아니다. 하지만 정작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바로 공무원이다.
군청과 읍·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지역에서 가장 안정적인 소비층이다. 이들이 지역에 살면 장을 보고, 식당을 이용하고, 병원을 찾는다. 자녀는 학교에 다니고 가족은 지역사회 구성원이 된다. 한 사람이 지역에 정착하는 효과는 단순히 주민등록상 인구 1명이 늘어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최근 김세훈 화천군수가 "가능한 한 화천에 거주하는 공무원을 우선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인사 원칙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면서 정작 공무원은 외지에서 출퇴근하는 현실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이와 함께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 정주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이 대목은 단순히 인사 원칙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역소멸 시대에 지방정부가 던진 하나의 화두로 볼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이 지역에서 살아야 소비도, 공동체도, 지역경제도 살아난다는 논리다.
다만 이 원칙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전제가 있다. '살라'고 하기 전에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주택은 충분한지, 아이를 키우기 좋은 교육환경은 갖춰졌는지, 문화와 의료, 생활편의시설은 만족할 만한 수준인지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정착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기 때문이다.
공무원도 한 사람의 주민이다. 지역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지역에서 삶을 꾸려갈 수 있을 때 정책의 진정성도 커진다.
인구를 늘리는 정책은 많다. 그러나 사람을 머물게 하는 정책은 많지 않다. 지방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숫자가 아니라 삶이다. 사람이 떠나지 않는 지역, 그곳에서 지역의 미래도 시작된다.
【김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