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 좋은 정책은 현장에서 시작된다
정책은 회의실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답은 늘 현장에 있다.
행정은 수많은 보고서와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정책을 설계한다. 숫자는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근거다. 하지만 숫자만으로는 주민들의 불편과 현장의 목소리를 모두 담아낼 수 없다. 그래서 정책은 책상에서 시작될 수는 있어도, 현장에서 완성돼야 한다.
최근 김세훈 화천군수는 교육장과 학교장, 유치원장 등 교육 관계자들과 정기적인 간담회를 열고 현장의 의견을 군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육예산도 행정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 교육청과 학교가 함께 논의하고,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사실 이런 접근은 교육 분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민생활과 맞닿아 있는 모든 정책이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추진된 사업이라도 현장의 요구와 동떨어져 있다면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반대로 작은 의견 하나라도 정책에 반영될 때 주민들은 행정을 신뢰하게 된다.
실제로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설명회나 공청회를 연다. 그러나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미 방향이 정해진 뒤 의견을 듣는 것은 소통이라기보다 통보다. 진정한 소통은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행정은 모든 답을 알고 있을 수 없다. 학교는 교육을 가장 잘 알고, 농업인은 농촌을 가장 잘 알며, 상인은 지역경제를 가장 잘 안다. 현장은 언제나 정책보다 한발 앞서 있다.
물론 현장의 의견이 모두 정책이 될 수는 없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예산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행정은 다양한 의견을 조정하고 공익이라는 기준으로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그 출발점만큼은 분명해야 한다. 주민의 삶에서 출발하지 않는 정책은 오래가기 어렵다.
좋은 정책은 거창한 아이디어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주민의 작은 불편을 귀담아듣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행정이 가장 많이 들어야 할 것은 보고가 아니라 주민의 이야기다.
【김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