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머무는 도시에 미래가 있다
― 화천의 경쟁력은 지역생태계에서 시작된다
지역소멸을 이야기할 때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단어는 '인구'다.
출생아 수를 늘리고, 귀농·귀촌을 유도하며, 전입 인구를 늘리는 일이 지방정책의 중요한 목표가 되어 왔다.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인구는 목표인 동시에 결과이기도 하다.
사람은 억지로 머물지 않는다.
살고 싶은 이유가 있는 곳에 머문다.
일자리가 있고, 아이를 키우기 좋으며, 교육과 문화가 갖춰져 있고, 미래를 꿈꿀 수 있을 때 사람은 비로소 그 지역에 정착한다.
결국 지역의 경쟁력은 사람을 불러오는 정책이 아니라, 사람이 머물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힘에서 나온다.
정부가 주민등록인구와 함께 '생활인구'를 지역 정책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지역의 경쟁력은 주민등록 인구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역에서 일하고, 소비하고, 머물며, 지역경제와 공동체를 움직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지역소멸 역시 단순히 인구 감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떠나는 이유를 해결하지 못한 결과다.
그래서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인구를 늘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사람이 머무는 도시를 만들 것인가.
그 답은 새로운 사업 하나를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지역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다.
그동안 지방은 관광은 관광대로, 농업은 농업대로, 교육은 교육대로, 복지는 복지대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각각의 정책은 의미 있는 성과를 냈지만 서로 연결되지 못하면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좋은 정책은 많다.
이제 필요한 것은 좋은 연결이다.
교육은 일자리와 연결되고, 농업은 소비와 연결되며, 관광은 지역상권과 연결되고, 복지는 공동체와 연결되어야 한다. 각각의 정책이 하나의 선순환 구조를 이룰 때 지역은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화천은 그 가능성을 충분히 갖춘 지역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이미 시작됐다. 주민참여형 화천형 햇빛연금도 미래를 향한 준비를 시작했다. 전국 최고 수준의 교육 지원은 지역 인재를 키우고 있으며, 산천어축제와 토마토축제, 전국 규모의 파크골프대회는 해마다 수많은 생활인구를 화천으로 이끌고 있다.
농업도 있고, 관광도 있고, 교육도 있고, 스포츠도 있다.
화천에 없는 것이 아니라 흩어져 있는 것이 문제다.
이제는 각각의 정책이 서로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생태계로 발전해야 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지역화폐 소비를 통해 지역상권을 살리고, 지역상권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며, 일자리는 청년의 정착으로 이어져야 한다.
교육은 지역 인재를 길러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지역에서 일하고 창업하며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
축제와 스포츠 관광은 단순히 방문객을 늘리는 행사가 아니라 지역 상권과 숙박, 농특산물 소비를 확대하는 경제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
화천형 햇빛연금도 마찬가지다. 사업이 본격화되면 주민이 에너지 생산의 주체가 되고, 그 수익이 다시 지역 안에서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정책과 정책이 연결되고, 사람과 경제가 연결될 때 지역의 경쟁력은 더욱 커진다.
지역은 기업처럼 성장하지 않는다.
지역은 공동체처럼 성장한다.
사람이 일하고, 배우고, 소비하고, 아이를 키우며, 이웃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때 사람은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이 머무는 도시에는 새로운 사람도 찾아온다.
결국 인구 증가는 목표이면서 동시에 결과다.
사람이 머물 수 있는 도시를 만들면 인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화천은 이미 그 출발선에 서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고, 화천형 햇빛연금도 미래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교육과 관광, 스포츠와 농업도 각자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사업이 아니다.
흩어진 정책을 하나의 미래로 연결하는 일이다.
지역의 경쟁력은 더 많은 예산에서 나오지 않는다.
더 많은 시설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정책과 정책을 연결하며, 경제와 공동체를 연결하는 힘에서 나온다.
지역의 미래는 인구를 늘리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사람이 오래 머물고, 함께 살아가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그것이 화천이 만들어 가야 할 미래이며, 지역소멸 시대를 넘어서는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길이다.
【김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