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화천 관문의 군사경찰 초소, ‘민군상생 웰컴센터’로 되살리자
=화천군이 건축해 군에 제공했지만 당초 검문·검색 기능은 사실상 사용되지 않아
=민선 9기 ‘제대군인 지원센터 유치’와 연계…현역 장병·제대군인·면회객·관광객 아우르는 복합거점 구상
=신병 수료식장 인근·화천읍과 하남면을 함께 품는 입지…장병쉼터 공백 보완에도 적합
=관광안내·지역특산물 홍보까지 더하면 “군과 지역을 잇는 새로운 화천의 첫 관문” 가능
화천으로 들어오는 관문에 수십 년째 자리를 지켜온 군사경찰 초소가 있다.
하남면 용암리 일원의 이 시설은 당초 군사적 필요에 따라 화천군이 직접 건축해 군에 제공한 건물이다. 그러나 건립 당시 예정됐던 검문·검색 기능은 사실상 한 번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시대는 크게 변했다.
군 병력구조와 작전환경이 달라졌고 도로와 교통여건도 과거와 같지 않다. 군사도시 화천이 안고 있는 과제 역시 단순한 군 주둔과 지역경제 의존을 넘어 장병복지, 제대군인 정착, 생활인구 확대, 관광과 지역소비, 민군상생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바꿔볼 때다.
수십 년 동안 당초 역할을 제대로 찾지 못했던 이 공간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할 수는 없을까.
마침 민선 9기 화천군은 주요 정책사업으로 ‘제대군인 지원센터 유치 및 정착지원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화천에 정착을 희망하는 제대군인의 사회복귀를 돕고 취업·창업, 주거, 가족정착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관련 조례 제정과 관계기관 협력, 전문상담 기능 구축 등이 핵심으로 제시돼 있으며, 정부예산 반영과 제도개선을 위해 중앙부처와의 협의도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을 단순히 ‘새 센터를 하나 더 짓는 사업’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화천군이 과거 건축해 군에 제공했고, 오랜 세월 당초 목적대로 활용되지 못했던 용암리 군사경찰 초소를 활용해 제대군인 정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현역 장병쉼터, 신병 수료식 가족과 면회객 안내, 관광안내, 지역특산물 홍보 기능까지 결합한 복합공간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단순한 건물의 재활용이 아니라, 화천의 오래된 민군관계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20여 년 전에도 제기됐던 초소 문제
이 시설을 둘러싼 논의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04년 화천군의회에서는 당시 화천대교 인근 위라리 헌병초소 이전 문제가 지역 현안으로 제기됐다.
당시 군의회는 화천읍 시가지가 남쪽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초소가 지역발전과 자유로운 통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이전 필요성을 제기했다. 생활체육공원과 문화시설 조성 등으로 화천읍 남부지역의 기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군사시설의 배치 역시 변화된 지역여건에 맞춰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
화천군도 같은 해 해당 부대에 초소 이전 협조를 요청했다.
당시에는 부다리고개 입구와 하남면 거례리 일원 등이 대체 후보지로 거론되기도 했다.
결국 이 문제는 20여 년 전부터 군 작전과 지역발전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과제를 안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은 당시보다 훨씬 큰 변화가 일어났다.
따라서 과거에는 ‘초소를 어디로 옮길 것인가’가 질문이었다면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이 공간을 화천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다시 쓸 것인가.”
그 답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민군상생 복합거점이다.
제대군인 지원센터, 화천에서는 ‘인구정책’이다
화천에서 제대군인 정착지원은 다른 지역과 의미가 다르다.
화천은 오랫동안 군과 함께 살아온 대표적인 접경 군사도시다.
많은 군인이 화천에서 수년 또는 수십 년 동안 근무한다. 지역의 지리와 생활환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주민들과 관계를 맺은 간부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전역이 다가오면 상당수는 화천을 떠난다.
여기에는 중요한 정책적 질문이 숨어 있다.
화천군은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주민을 유치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수년간 화천에서 생활했고 지역을 충분히 알고 있는 군인들은 가장 현실적인 잠재 정착인구가 아닐까.
제대군인 정착정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돼야 한다.
단순히 전역한 사람에게 취업정보 몇 가지를 알려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전역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화천에서 가능한 일자리와 창업, 귀농·귀촌, 주거, 자녀교육, 의료·복지, 문화생활 등을 종합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배우자의 일자리까지 연결하고 가족 전체가 생활할 수 있는 조건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군인 한 명의 취업’이 아니라 ‘한 가족의 화천 정착’으로 이어진다.
화천형 제대군인 정책은
현역 복무 → 전역 준비 → 취·창업 → 주거 → 가족정착 → 화천 주민
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제대군인 지원센터는 그 연결의 중심이 돼야 한다.
전역한 뒤가 아니라 현역 때부터 준비해야
정책의 시작 시점도 중요하다.
제대군인을 전역 이후에야 찾아 나서는 것은 늦을 수 있다.
현역으로 복무하는 동안부터 “전역 후 화천에 살아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용암리 시설에 장병쉼터와 제대군인 상담 기능을 함께 넣는다면 이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장병들이 평소 편하게 드나드는 공간에서 화천의 일자리와 주거, 창업, 농업, 귀농·귀촌 정보를 접하고, 전역을 앞둔 간부에게는 맞춤형 정착상담을 제공하는 것이다.
군에서 쌓은 경력과 전문기술을 지역기업이나 농공단지 취업과 연계할 수도 있고, 농업이나 소상공인 창업과 연결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선택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전역하면 어디로 갈까’라는 고민을 ‘화천에서 무엇을 하며 살까’라는 질문으로 바꾸는 것.
이것이 화천형 제대군인 정착지원의 핵심이다.
상서·사내·간동에는 장병쉼터…화천읍·하남권은 공백
용암리 시설의 입지상 장점도 분명하다.
현재 화천군은 상서면, 사내면, 간동면에 장병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군 장병들에게 휴식과 여가공간을 제공하면서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만드는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나 5개 읍·면 가운데 화천읍과 하남면 권역을 포괄하는 장병쉼터 기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용암리 시설은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다.
행정구역상 하남면이지만 화천읍 생활권과 가깝고, 화천의 남쪽 관문이라는 입지 특성까지 갖고 있다.
따라서 이곳에 장병쉼터 기능을 갖춘 복합센터를 조성한다면 기존 상서·사내·간동 장병쉼터와 함께 군 전역을 연결하는 장병복지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화천읍과 하남면을 함께 아우르는 ‘마지막 복지거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신병 수료식장이 인근…‘한 번 오는 가족’을 지역으로 연결하자
용암리 입지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요인이 있다.
신병 수료식이 인근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수료식이 열리는 날이면 전국 각지에서 장병의 부모와 가족, 친지들이 화천을 찾는다.
이들은 단순한 방문객이 아니다.
화천에서 식사를 하고 물건을 사고 관광지를 찾을 수 있는 대표적인 생활인구이자 잠재 관광객이다.
하지만 처음 화천을 찾는 가족들에게 지역은 낯설 수 있다.
수료식 이후 어디에서 가족과 식사할지, 잠시 둘러볼 곳이 어디인지, 화천의 대표적인 관광지는 무엇인지, 어떤 특산물을 살 수 있는지 충분히 알지 못한 채 곧바로 외지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용암리 복합센터가 역할을 할 수 있다.
수료식 가족과 면회객을 대상으로 지역 음식점과 전통시장, 관광지, 숙박시설, 카페, 농특산물 판매처 등을 종합적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수료식이 끝났으니 바로 돌아가십시오”가 아니라,
“가족과 화천에서 점심을 드시고, 북한강변도 둘러보고, 시장과 특산품도 만나보고 가십시오.”
라고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작은 안내 하나가 지역경제에는 큰 차이를 만든다.
수료식 참석 가족이 화천에서 한 끼를 더 먹고 한두 시간을 더 머물면 그만큼 소비가 지역에 남는다.
특히 수료식은 일회성 관광행사와 달리 군부대 운영이 이어지는 한 일정한 주기로 새로운 가족 방문 수요가 발생한다는 장점이 있다.
수료식 일정에 맞춰 관광안내와 특산물 홍보를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소규모 직거래나 지역상권 홍보행사 등을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용암리 시설은 수료식 가족에게 ‘화천을 처음 소개하는 안내소’가 된다.
화천의 관문이라는 장소성을 살려야 한다
용암리 시설의 가장 큰 자산 가운데 하나는 ‘화천의 관문’이라는 점이다.
이곳을 단순한 사무실로만 사용한다면 장소가 가진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
화천을 처음 찾는 사람에게 이곳은 하나의 ‘첫인상’이 될 수 있다.
장병을 만나러 온 부모와 가족에게는 면회정보와 지역생활정보를 제공하고, 일반 관광객에게는 화천에서 무엇을 보고 어디에서 머물고 무엇을 먹을지 안내하는 것이다.
산천어축제와 토마토축제, 파크골프, 평화의댐 등 화천을 대표하는 관광자원과 계절별 관광코스를 소개하는 기능도 넣을 수 있다.
목표는 단순하다.
화천에 들어온 사람을 그냥 통과시키지 않는 것.
지역 안에서 한 곳을 더 찾아가게 하고, 한 끼를 더 먹게 하고, 가능하다면 하루를 더 머물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방문객’이 ‘생활인구’로 이어진다.
지역특산물은 ‘판매장’보다 ‘화천 쇼룸’으로
지역특산물 홍보기능도 충분히 넣을 수 있다.
다만 대규모 판매장을 만드는 방식보다는 화천의 농특산물을 처음 만나는 쇼룸으로 설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화천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가공식품, 지역 생산품을 계절별로 소개하고 생산농가와 판매장, 온라인 구매처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직접 판매가 적합한 품목은 소규모 판매도 가능하지만, 핵심은 이곳에서 모든 것을 파는 것이 아니다.
관문에서 관심을 만들고 실제 소비는 지역 상권과 농가로 연결하는 것이다.
관광객이 전시된 농특산물을 보고 QR코드를 찍으면 생산농가나 판매점 정보를 확인하고, 전통시장이나 지역 판매장으로 이동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야 기존 상권과 경쟁하지 않고 오히려 지역상권으로 사람을 보내주는 전초기지가 된다.
한 건물에 여러 기능…그래야 시설이 살아난다
용암리 군사경찰 초소의 기능 전환은 하나의 시설 안에 여러 기능을 유기적으로 담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다.
중심은 제대군인 정착지원센터로 두되, 여기에 현역 장병쉼터, 전역 예정자 상담, 신병 수료식 가족과 면회객 안내, 관광안내, 지역특산물 홍보 기능을 함께 배치하는 것이다.
평일에는 전역 예정 장병과 제대군인을 위한 상담 기능을 운영한다.
장병들은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다.
주말과 수료식 날에는 가족과 면회객 안내 기능을 강화한다.
축제철에는 관광객 안내와 지역특산물 홍보기능을 확대한다.
한 가지 기능에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시설 활용도 역시 훨씬 높아질 수 있다.
공간 여건이 허락한다면 작은 카페나 휴게공간, 지역관광 홍보영상 공간, 회의·교육실 등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시설을 화려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가, 왜, 언제 찾아올 것인지가 분명한 공간이어야 한다.
새로 짓기 전에 이미 있는 공간을 먼저 보자
제대군인 지원센터를 추진한다고 해서 반드시 새로운 부지를 확보하고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신축에는 토지 확보부터 설계와 각종 행정절차, 공사비와 유지관리비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
기존 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면 사업비와 사업기간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용암리 건물이 애초 화천군이 군사적 필요에 협조해 건축해 제공했던 시설이라는 점은 관계기관 협의 과정에서 의미 있게 다뤄질 수 있다.
다만 이 점만으로 시설의 반환이나 용도전환이 자동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재의 소유권과 관리권, 사용권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건물 안전성도 점검해야 하고, 현재 군사시설로서 어떤 기능과 활용계획이 있는지 국방부와 해당 부대의 판단도 필요하다.
따라서 처음부터 ‘폐쇄’나 ‘반환’을 요구하는 방식보다는
“현재의 군사적 필요성과 실제 활용도를 함께 점검하고, 작전상 문제가 없다면 군과 지역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활용방안을 찾자”
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필요할 경우 군 기능의 일부를 유지하면서 나머지 공간을 복합센터로 활용하는 방안 역시 검토할 수 있다.
핵심은 군과 지역 가운데 어느 한쪽의 양보가 아니다.
한 공간으로 양쪽의 필요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다.
중앙부처에는 ‘건물’이 아니라 ‘모델’을 제시해야
중앙정부와의 협의 방식도 중요하다.
단순히 ‘제대군인 지원센터 건립비를 지원해 달라’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하나의 시설사업에 그칠 수 있다.
사업의 틀을 한 단계 넓힐 필요가 있다.
가칭 ‘화천 민군상생 제대군인 정착·웰컴센터 조성사업’ 정도로 사업을 재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각 부처와 정책적 접점을 만들 수 있다.
행정안전부에는 접경지역 정주여건 개선과 인구감소 대응, 기존 시설의 효율적 활용을 제시할 수 있다.
국가보훈부에는 제대군인의 안정적인 사회복귀와 지역정착 지원이라는 취지를 설명할 수 있다.
국방부에는 현역 장병 복지와 민군상생, 군사시설 기능 재검토라는 명분이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에는 접경지역 인구유입과 관광·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적 효과를 제시할 수 있다.
관광과 지역특산물 홍보기능을 연계한다면 관련 분야의 추가 지원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다.
한 공간에서 여러 부처의 정책목표를 함께 실현하는 접경지역형 융복합 사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장병이 많은 도시에서, 장병이 주민이 되는 도시로
화천은 오랫동안 군과 함께 살아왔다.
군부대와 장병은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장병을 단순한 소비인구로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미래의 주민으로 바라보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제대군인이 배우자와 자녀를 데리고 화천에 정착하면 한 사람이 아니라 한 가족이 늘어난다.
주택을 마련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며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지역사회의 일원이 된다.
창업한다면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활동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 화천에서 제대군인 정착지원은 단순한 보훈정책이 아니다.
인구정책이고 일자리정책이며 주거정책이고 지역경제정책이다.
화천처럼 군과 지역의 관계가 깊은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면회객과 수료식 가족도 ‘스쳐가는 사람’으로 두지 말아야
지역소멸 시대에는 주민등록인구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화천을 찾는 사람을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고, 지역에서 얼마나 소비하게 하느냐도 중요하다.
장병 부모와 수료식 가족, 면회객은 화천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소중한 생활인구다.
문제는 그들을 지역경제와 어떻게 연결하느냐다.
용암리 복합센터는 이 사람들에게 ‘화천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첫 번째 안내자가 될 수 있다.
수료식을 마친 가족이 읍내에서 식사를 하고 전통시장을 둘러본다.
면회객이 관광지를 한 곳 더 찾는다.
외지 관광객이 화천의 특산물을 구입한다.
그 작은 움직임들이 쌓이면 지역경제에는 분명한 변화가 생긴다.
20여 년 전에는 ‘이전’을 말했다…이제는 ‘전환’을 말할 때
2004년 당시에는 군사경찰 초소의 ‘이전’이 지역의 요구였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다른 해법을 생각할 수 있다.
무조건 없애는 것도 아니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만이 답도 아니다.
기존 공간의 역할을 시대에 맞게 바꾸는 것이다.
군사적 필요가 여전히 있다면 필요한 기능은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건립 당시 예정됐던 검문·검색 기능이 실제로 사용되지 않았고 현재의 군사·교통환경에서 활용 필요성이 달라졌다면, 그 공간의 미래를 다시 논의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더구나 이를 통해 현역 장병의 복지를 높이고, 제대군인의 지역정착을 돕고, 수료식 가족과 면회객, 관광객을 지역경제와 연결할 수 있다면 그 의미는 더욱 크다.
군에도 도움이 되고 지역에도 도움이 되는 방식이다.
그것이 민군상생이다.
군사적 필요로 세운 화천의 관문, 이제 사람을 맞이하는 관문으로
이 사업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결국 ‘공간의 변화’다.
이 시설은 ‘검문하던 초소’가 아니다.
정확하게는 검문·검색을 목적으로 설치됐으나 당초 기능을 사실상 수행하지 못했던 시설이다.
따라서 이 공간의 전환을 굳이 과거의 통제 이미지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표현이 더욱 정확하고 미래지향적이다.
“군사적 필요로 세운 화천의 관문을, 사람을 맞이하는 화천의 관문으로.”
현역 장병에게는 편히 쉴 공간을 제공한다.
전역을 앞둔 군인에게는 제2의 삶을 설계할 정보를 제공한다.
제대군인에게는 화천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
신병 수료식 가족과 면회객에게는 화천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관광객에게는 화천의 첫인상을 보여준다.
지역 농업인과 소상공인에게는 새로운 소비자를 연결한다.
하나의 오래된 건물이 사람과 사람, 군과 지역, 방문과 정착, 관광과 소비를 연결하는 새로운 관문이 되는 것이다.
화천형 제대군인 정책의 핵심은 ‘센터’보다 ‘정착 생태계’다
결국 중요한 것은 건물 자체가 아니다.
센터 하나를 만들었다고 해서 제대군인이 화천에 정착하는 것도 아니다.
일자리와 주거, 교육, 의료, 가족생활, 지역사회 관계까지 함께 이어져야 한다.
그래서 화천형 제대군인 지원센터는 또 하나의 행정기관이 아니라 정착을 연결하는 플랫폼이어야 한다.
센터는 시작점이고 정책은 화천 전체에서 작동해야 한다.
화천군과 군부대, 국가보훈부와 행정안전부, 강원특별자치도, 지역기업, 농업인과 소상공인, 교육기관 등이 함께 연결돼야 한다.
그리고 그 연결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용암리 군사경찰 초소를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과거 국가안보를 위해 화천군이 건축해 군에 제공했던 공간이라면, 변화한 시대에는 국가안보와 장병복지, 제대군인 정착과 지역발전을 함께 담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다.
이는 군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군과 지역의 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일이다.
주둔과 소비 중심의 민군관계에서 정착과 공생의 민군관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화천은 오랫동안 군을 품어왔다.
이제 화천에서 청춘을 보내고 오랜 세월 근무한 군인들에게 이렇게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전역한 뒤에도 화천에서 살아보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신병 수료식과 면회를 위해 화천을 찾는 가족, 화천을 처음 방문하는 관광객에게도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화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기서부터 화천을 만나십시오.”
하남면 용암리의 오래된 군사경찰 초소.
수십 년 동안 당초 역할을 제대로 찾지 못했던 그 공간이 이제는 현역 장병과 제대군인, 수료식 가족과 면회객, 관광객과 지역상권을 연결하는 화천의 새로운 관문이 될 수 있다.
민선 9기 화천군이 추진하는 ‘제대군인 지원센터 유치’도 그래서 건물 하나를 세우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람을 정착시키고, 찾아온 사람을 지역으로 연결하며, 군과 주민이 함께 이익을 얻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이 사업이 지향해야 할 최상의 방향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어쩌면 이미 화천의 관문에 서 있다.
군사적 필요로 세운 화천의 관문에서,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민군상생의 관문으로.
이제 용암리 군사경찰 초소의 새로운 쓰임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
【김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