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가 하늘을 날았다…화천의 여름, 붉은 열기로 ‘폭발’
-2026 화천토마토축제 폐막 하루 앞두고 절정…‘황금반지를 찾아라’ 열기 후끈
-천인의 식탁·공연·군 장비 체험까지…내·외국인 관광객 사창리에서 한여름 축제 만끽
-토마토가 놀이가 되고 추억이 됐다…‘직접 뛰어드는 축제’의 힘
토마토가 하늘을 날았다.
한여름 햇살 아래 수많은 붉은 토마토가 공중으로 솟구쳤다. 물줄기가 쏟아지고 토마토즙이 튀는 가운데 여기저기서 함성과 웃음소리가 터졌다.
누군가는 토마토 더미 속으로 몸을 던졌고, 아이들은 두 손으로 토마토를 헤집었다. 어른들도 맨발로 뛰어들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온몸이 토마토 범벅이 되는 것을 개의치 않고 축제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화천의 여름이 가장 뜨겁고 가장 붉게 물든 순간이었다.
9일 폐막을 앞둔 2026 화천토마토축제가 8일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사내체육공원 일원에서 절정의 열기를 뿜어냈다.
이날 축제장의 중심은 단연 화천토마토축제를 상징하는 대표 프로그램 ‘황금반지를 찾아라’였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기다리던 참가자들이 일제히 토마토가 가득한 행사장으로 뛰어들었다.
발 디딜 틈 없이 깔린 토마토 사이에서 참가자들은 허리를 숙이고 두 손으로 토마토를 헤집었다. 아이도 어른도 행운의 황금반지를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잠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누군가 토마토를 하늘로 던지자 여기저기서 토마토가 날아올랐다. 붉은 토마토와 시원한 물줄기가 뒤엉키며 행사장은 순식간에 거대한 한여름 놀이터로 변했다.
토마토를 던지고, 맞고, 웃었다.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 토마토 속으로 뛰어들었다.
황금반지를 찾는 경쟁은 어느새 처음 만난 사람들까지 함께 어울리는 놀이가 됐다.
토마토 더미에서 번쩍…“찾았다!”
축제의 백미는 역시 황금반지를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토마토 하나하나를 으깨고 헤집던 참가자의 손가락 사이에서 작은 반지가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가 터졌다.
토마토 범벅이 된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황금반지를 손가락에 끼워 들어 보이는 참가자의 표정에는 뜻밖의 행운을 거머쥔 기쁨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러나 황금반지를 찾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이와 함께 토마토 속을 헤집는 부모, 셀카봉을 들어 축제의 순간을 영상에 담는 관광객, 서로 토마토를 던지며 웃음을 터뜨리는 참가자들에게 이미 축제 자체가 하나의 특별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황금반지는 일부가 찾았지만, 추억은 모두가 가져갔다.
‘보는 축제’가 아니라 ‘뛰어드는 축제’
화천토마토축제의 경쟁력도 바로 이 장면에서 드러난다.
관광객은 이곳에서 구경꾼으로 머물지 않는다.
토마토 속으로 직접 뛰어들고, 만지고, 던지고, 맛보고, 사진을 찍는다.
지역 농민이 정성껏 키워낸 ‘화악산 찰토마토’를 소재로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강렬한 체험 콘텐츠를 만들어낸 것이다.
특히 ‘황금반지를 찾아라’는 토마토와 놀이, 물, 행운을 결합해 다른 곳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화천만의 장면을 만들어낸다.
수많은 토마토가 하늘로 솟구치고 관광객들이 그 아래에서 환호하는 모습은 이제 화천토마토축제를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가 됐다.
토마토를 파는 축제를 넘어, 토마토로 ‘경험’을 파는 축제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먹고 즐기는 ‘천인의 식탁’…음식으로 하나 되다
이날 축제장에서는 ‘오뚜기와 함께하는 천인의 식탁’도 펼쳐졌다.
김세훈 화천군수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대형 조리대 앞에 섰다. 토마토를 활용한 음식이 만들어지자 이를 기다리던 관광객들에게 한 그릇씩 전달됐다.
아이를 품에 안은 가족도 음식을 받아갔고, 외국인 가족들도 화천에서 만든 음식을 맛보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김 군수와 참가자들은 관광객들과 음식을 나누고 사진을 찍으며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커다란 조리대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역 주민과 관광객, 내국인과 외국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프로그램 이름 그대로 ‘천인의 식탁’은 음식을 만드는 행사를 넘어 축제를 찾은 사람들이 한 식탁의 손님이 되는 자리가 됐다.
지역 농산물인 토마토가 놀이의 소재에서 먹거리로 다시 변신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외국인도 군 장비 입고 ‘찰칵’…접경지역 화천만의 색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축제장에 마련된 군 장비 체험 공간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장병들의 안내를 받아 군용 장구류를 착용하고 체험용 장비를 들어보며 색다른 경험을 즐겼다.
헬멧과 방탄복 등 장구류를 착용한 뒤 사진을 찍으며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도 이어졌다.
토마토축제에 접경지역 화천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담은 체험 프로그램이 더해지면서 다른 농산물 축제와 차별화된 또 하나의 볼거리가 만들어졌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한국의 지역축제와 접경지역의 특성을 동시에 경험하는 색다른 시간이 됐다.
무대는 들썩이고 축제장은 웃음바다
중앙무대도 하루 종일 축제의 흥을 끌어올렸다.
인기 래퍼 가오가이의 신나는 공연이 펼쳐지면서 객석에서는 손을 흔들고 박자를 맞추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무대에서는 음악이 울리고, 체험장에서는 토마토가 날았으며, 한쪽에서는 음식이 만들어지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외국인들이 군 장비를 체험했다.
하나의 축제장 안에서 먹거리와 놀이, 공연과 체험이 동시에 살아 움직인 하루였다.
그 중심에는 관광객이 있었다.
준비된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뛰고, 먹고, 즐기는 사람이 축제의 주인공이 됐다.
토마토 한 알이 ‘화천의 여름’이 되기까지
화천토마토축제의 출발점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토마토다.
그러나 축제장에 들어온 토마토는 더 이상 단순한 농산물에 머물지 않는다.
황금반지를 품은 놀이가 되고, 가족이 함께 뛰어드는 체험이 되며, 천인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 된다.
사진과 영상은 SNS를 타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화천을 알린다.
농산물이 축제 콘텐츠가 되고, 축제 콘텐츠가 관광객을 부르는 구조다.
이것이 지역 농산물 축제가 가질 수 있는 힘이다.
특히 농산물 자체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화천에 와야만 경험할 수 있는 장면’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화천토마토축제의 경쟁력을 찾을 수 있다.
관광객에게 오래 남는 것은 토마토의 크기나 가격만이 아니다.
한여름 가족과 함께 토마토 속으로 뛰어들었던 기억, 우연히 황금반지를 찾아냈던 순간, 처음 만난 사람과 토마토를 던지며 웃었던 경험이다.
그 기억이 다시 화천을 찾게 만드는 힘이 된다.
폐막 하루 전, 사창리는 온통 붉었다
8일 사창리의 하늘 아래 다시 토마토가 날아올랐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붉은 토마토가 솟구쳤고, 그 아래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웃고 소리쳤다.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토마토를 헤집었고, 외국인 관광객은 휴대전화에 그 순간을 담았다.
누군가는 황금반지를 손에 넣었고, 누군가는 온몸에 토마토즙을 뒤집어썼다.
하지만 축제장을 나서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비슷한 웃음이 남았다.
토마토 한 알이 농산물을 넘어 놀이가 되고, 음식이 되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축제가 됐다.
2026년 여름, 화천 사창리에서 그 힘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토마토가 익으면 농산물이 된다.
사람이 그 속으로 뛰어들면 축제가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함께 웃는 순간, 화천의 여름은 추억이 된다.
【김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