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은 ‘방천~월명’, 양구는 ‘월명~방천’…두 군수가 같은 길을 말했다
=김세훈·김왕규 군수, 도지사-시장·군수 간담회서 지방도 403호선 조기 연결 나란히 건의
-화천 간동 방천~양구 월명 장기간 미연결…주민 우회 불편 이어져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 반영에도 예타 대상 선정 못해…화천·양구 공동 대응 주목
화천에서는 ‘방천~월명’을 말했다. 양구에서는 ‘월명~방천’을 말했다. 방향은 달랐지만 두 군수가 가리킨 길은 하나였다.
화천군 간동면 방천리와 양구군 양구읍 상무룡리 일원을 잇는 지방도 403호선 방천~월명 구간이다.
장기간 끊긴 채 남아 있는 이 도로의 조기 연결을 위해 김세훈 화천군수와 김왕규 양구군수가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강원특별자치도에 지원을 요청했다.
특히 화천과 양구가 각각 추진해 온 지역 숙원이 사실상 ‘하나의 공동 현안’이라는 점이 이번 간담회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되면서, 두 지역이 앞으로 공동 대응을 통해 사업 추진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같은 길’ 건의
김세훈 화천군수와 김왕규 양구군수는 지난 7일 춘천 세종호텔에서 열린 ‘민선 9기 도지사-시장·군수 간담회’에서 각각 지역 핵심 현안을 설명하며 지방도 403호선 방천~월명 구간의 조속한 연결을 건의했다.
김세훈 군수는 이날 화천군 광역도로망 확충을 위한 3대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로 지방도 403호선 방천~월명 도로 확·포장사업을 제시하고,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한 국비 확보와 관계부처 협의 등에 강원특별자치도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왕규 양구군수도 양구지역 3대 핵심 현안 가운데 하나로 지방도 403호선 월명~방천 구간의 조기 연결을 건의했다.
김 군수는 해당 도로가 장기간 미연결 상태로 남아 주민들이 우회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접경지역 발전지원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선정과 국비 확보를 위한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강원특별자치도가 힘을 보태줄 것을 요청했다.
화천에서는 방천에서 월명으로, 양구에서는 월명에서 방천으로 바라봤을 뿐 결국 두 군수가 요구한 것은 하나였다.
‘끊긴 길을 이제는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끊긴 화천~양구 연결도로
방천~월명 도로는 최근 갑자기 등장한 사업이 아니다.
강원도가 지난 2021년 공고한 ‘지방도 403호선 방천~월명간 도로확·포장공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등에 따르면 사업구간은 화천군 간동면 방천리에서 양구군 양구읍 상무룡리 일원까지 총 4.7㎞다.
당시 강원도는 화천과 양구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사업 추진을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했다.
이후에도 사업화를 위한 관련 절차가 이어졌지만 화천과 양구를 직접 연결하는 도로는 아직 완성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주민들의 불편은 계속됐다.
도로가 연결되지 않아 양 지역을 오가는 주민들이 우회해야 하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접경지역의 열악한 교통여건을 감안하면 도로 하나의 단절은 단순한 이동거리의 문제가 아니다.
생활권과 주민 교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방천~월명 도로 연결은 오랫동안 지역의 숙원으로 꼽혀왔다.
계획에는 반영됐지만 예타 문턱 넘지 못해
사업 추진 과정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방천~월명 도로사업은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에 반영됐지만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예타 대상사업 선정과 국비 확보를 위한 관계부처 협의 등 넘어야 할 절차가 남아 있다.
사업비 증가에 따른 현실적인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다만 사업비의 경우 추진 단계와 사업계획 등에 따라 추산액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정확한 사업비와 사업구간 등에 대해서는 향후 관계기관 협의 과정에서 보다 명확한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도로사업의 특성상 화천군이나 양구군 어느 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비 확보는 물론 강원특별자치도의 적극적인 역할과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한 이유다.
한쪽만 뚫어서는 완성될 수 없는 도로
방천~월명 사업에는 다른 도로사업과 구별되는 분명한 특징이 있다.
한쪽만 노력해서는 완성될 수 없는 도로라는 점이다.
화천에서 길을 내도 양구와 만나지 못하면 도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양구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방천~월명 도로는 애초부터 어느 한 지역만의 숙원이 아니라 화천과 양구가 함께 풀어야 할 공동 현안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번 도지사-시장·군수 간담회는 바로 그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두 군수가 공동건의문을 마련해 함께 제출한 것은 아니지만,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동일한 도로의 조기 연결 필요성을 각각 지역 핵심 현안으로 제기했다.
화천군과 양구군의 이해와 목표가 이 도로에서 정확히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확인된 셈이다.
이제 ‘각자 건의’에서 ‘공동 대응’으로
관심은 앞으로의 대응에 모아진다.
그동안 화천군은 화천에서, 양구군은 양구에서 각각 사업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면 이제는 두 지역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선정과 국비 확보, 사업구간 및 사업비 조정, 관계부처 협의 등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은 만큼 두 지역의 공동 대응은 사업 추진의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
특히 이 사업을 ‘화천의 도로’ 또는 ‘양구의 도로’로 각각 접근하기보다 ‘화천과 양구를 연결하는 하나의 도로’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화천군과 양구군이 사업의 필요성과 주민 불편, 도로 개통에 따른 효과 등을 함께 정리하고 강원특별자치도와 중앙정부에 공동으로 건의한다면 사업 추진의 명분과 설득력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비 확보와 관계부처 협의 등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도 차원의 적극적인 조정과 지원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사업비와 사업구간을 다시 면밀히 검토해 현실적인 단계별 추진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도로 연결을 기다려 온 지역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
이 지역 출신인 이봉은 화천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어릴 때부터 이 길이 연결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왔는데 아직도 끊긴 길로 남아 있어 안타깝다”며 “화천과 양구 두 군수가 함께 필요성을 제기한 만큼 이번에는 오랜 숙원이 꼭 풀렸으면 하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한 두 군수, ‘한 길’에서 만났다
김왕규 양구군수는 이번 간담회에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양구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십 년간 해결하지 못한 지역의 숙원부터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며 강원특별자치도와 긴밀하게 협력해 현안 해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세훈 화천군수 역시 방천~월명 도로를 민선 9기 화천군의 광역도로망 확충을 위한 3대 핵심사업에 포함시켜 국비 지원과 강원특별자치도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결국 두 군수의 요구는 한 지점에서 만났다.
화천에서 보면 방천에서 월명으로 가는 길이고, 양구에서 보면 월명에서 방천으로 오는 길이다.
방향은 반대지만 목적은 같다.
도로의 한쪽에서는 화천 주민들이 기다리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양구 주민들이 기다리고 있다.
오랫동안 행정구역의 경계에서 끊겨 있던 길이라면 이제는 두 지역의 협력이 그 경계를 넘어설 차례다.
화천은 ‘방천~월명’을, 양구는 ‘월명~방천’을 말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한 김세훈 화천군수와 김왕규 양구군수가 민선 9기 첫 도지사-시장·군수 간담회에서 결국 ‘하나의 길’에서 만났다.
이제 관심은 두 지역의 같은 목소리가 실제 사업 추진의 힘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모아진다.
오랫동안 끊겨 있던 화천 방천~양구 월명의 길이 이번에는 이어질 수 있을지 지역사회의 기대가 다시 커지고 있다.
【김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