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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스페인에 ‘토마티나’가 있다면, 화천에는 ‘토마티발’을

22년 이어온 화천토마토축제, 이제 지역축제를 넘어 세계를 겨냥할 때

기사입력 2026-08-1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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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스페인에 ‘토마티나’가 있다면, 화천에는 ‘토마티발’을

22년 이어온 화천토마토축제, 이제 지역축제를 넘어 세계를 겨냥할 때

겨울 산천어축제 성공 경험 살려 ‘여름의 글로벌 축제’로 키워야

모방 아닌 화천만의 콘텐츠로…세계인이 여름에도 화천을 찾게 하자




축제는 끝났지만 질문 하나가 남았다.

화천토마토축제는 앞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지난달 31일 개막해 9일까지 열흘간 이어진 2026 화천토마토축제가 막을 내렸다. 올해 축제는 여러 면에서 이전과 달랐다.

2003년 처음 시작된 이후 주로 3박4일 일정으로 열리던 축제를 처음으로 열흘까지 늘렸고, 무대도 사창리 문화마을 시가지에서 보다 넓은 사내체육공원으로 옮겼다.
 

단순히 기간과 공간만 늘린 것도 아니다.

관광객 숫자를 부풀리기보다 실제 방문객에 가까운 집계를 시도하고, 관광객 만족도와 프로그램의 질, 지역경제 기여도를 축제 평가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대표 프로그램인 ‘황금반지를 찾아라’도 달라졌다. 3,000원의 참가비를 받는 대신 같은 금액의 화천사랑상품권을 돌려줬다. 관광객에게 사실상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그 돈이 다시 지역에서 소비되도록 한 것이다.
 

넓어진 공간에는 양떼목장과 군 장비 체험 등이 들어섰고, 토마토 아이스크림을 비롯한 지역 농특산물과 다양한 먹거리도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열흘간 5만8,000여명이 실제 축제장을 찾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필자는 여기에서 올해 축제의 성패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묻고 싶은 것은 ‘그다음’이다.


 

22년이면 이제 더 큰 꿈을 꿀 때다

 

화천토마토축제는 2003년 시작됐다.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동안 시행착오도 있었고 변화도 거듭했다. 이제 화천을 대표하는 여름축제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20년 역시 지금까지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할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제 화천토마토축제는 ‘지역에서 잘되는 축제’를 넘어 ‘세계인이 찾아오는 축제’를 꿈꿀 때가 됐다.

그 가능성이 허황된 것만은 아니다.

세계에는 하나의 농산물로 도시의 이름까지 세계에 알린 축제가 있다.

바로 스페인의 ‘라 토마티나(La Tomatina)’다.
 

토마토를 던지고 온몸이 토마토 범벅이 되어 즐기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장면은 그 자체로 세계적인 관광 콘텐츠가 됐다. 사람들은 토마토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찾아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다.

여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

토마토가 특별해서만은 아니다.
 

평범한 토마토에 그 도시만의 이야기와 경험을 입혔기 때문에 특별해진 것이다.


 

토마티나를 흉내 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화천이 스페인의 라 토마티나를 그대로 따라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세계적인 축제가 되려면 남의 것을 닮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없는 것을 가져야 한다.

라 토마티나에는 라 토마티나의 방식이 있고, 화천에는 화천만의 자산이 있다.

화천에는 청정 자연에서 생산되는 토마토가 있다. 산과 계곡이 있고,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물이 있다. 농촌이 있고, 접경지역이라는 독특한 환경과 군 문화가 있다.
 

토마토를 이용한 음식과 음료, 디저트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

토마토와 물놀이를 결합하고 음악과 공연을 얹으며, 농촌체험과 군 문화 체험을 더할 수도 있다. 밤에는 젊은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펼쳐낼 수도 있다.

무엇보다 화천에는 다른 지역이 쉽게 가질 수 없는 결정적인 경험이 하나 있다.
 

산천어축제를 세계적인 겨울축제로 성장시켜 본 경험이다.

그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이다.


 

겨울의 산천어, 여름의 토마토

 

겨울 화천을 생각해보자.

오늘날 ‘화천’ 하면 많은 사람이 산천어축제를 떠올린다.

한겨울 얼음판 위에서 산천어를 낚는 장면이 화천이라는 작은 접경지역을 세상에 알렸다.

그렇다면 이제 두 번째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겨울에 산천어가 있다면 여름에는 무엇으로 세계인을 화천으로 불러들일 것인가.

필자는 그 답 가운데 하나가 ‘토마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겨울에는 산천어를 만나러 화천에 오고, 여름에는 토마토를 즐기러 다시 화천을 찾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화천은 겨울 한 계절의 축제도시를 넘어 사계절 관광도시로 가는 또 하나의 강력한 축을 갖게 된다.
 

그래서 한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화천 토마티발(Tomatival·가칭)’이다.

‘토마토(Tomato)’와 ‘페스티벌(Festival)’을 결합한 이름이다.

지금 당장 화천토마토축제의 명칭을 바꾸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를 겨냥하는 새로운 축제 브랜드와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발상의 전환이다.


 

‘토마티발’은 이름이 아니라 전략이어야 한다

 

세계적인 축제는 영어 이름 하나 붙인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외국인이 실제로 찾아올 이유가 있어야 한다.

화천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떠날 때까지 하나의 특별한 여행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외국인이 언어 장벽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안내체계를 갖추고, 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 해외 여행사와 연계한 관광상품을 만들고, 수도권에서 화천까지 이어지는 교통편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토마토 관련 도시 및 축제와 교류하는 것도 방법이다.

라 토마티나를 비롯한 해외 토마토축제들과 문화·관광 교류를 시작하고, 서로의 축제에 대표단과 공연단, 관광객이 오가는 관계를 만들어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의 토마토 음식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 토마토 음식전, 토마토 요리 경연, 세계 토마토 품종 전시 등 화천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도 상상해볼 수 있다.

어린이에게는 물과 토마토가 어우러진 놀이터가 되고, 젊은 세대에게는 음악과 열정이 넘치는 여름 페스티벌이 되며, 가족에게는 농촌과 자연을 경험하는 휴가지가 되는 것이다.
 

밤이 되면 축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야간 공연과 먹거리, 체류 프로그램으로 이어져 ‘낮에 왔다 돌아가는 축제’에서 ‘하룻밤 머무는 축제’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관광객 숫자가 지역의 실질적인 소득으로 연결된다.


 

토마토 농가가 웃어야 진짜 성공한 축제다

 

그러나 한 가지는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토마토축제의 주인공은 결국 화천의 토마토와 그것을 생산하는 농민이어야 한다.

세계적인 축제가 됐는데 정작 농민의 소득과 지역 상권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성공한 축제라고 하기 어렵다.
 

올해 선보인 토마토 아이스크림 하나에서도 가능성을 볼 수 있다.

토마토 주스와 빵, 소스, 디저트, 음료, 간편식 등 축제를 대표하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축제장에서 맛본 상품을 관광객이 집으로 돌아가서도 구매할 수 있는 유통구조까지 만들어야 한다.
 

축제가 끝나도 토마토는 팔려야 한다.

그것이 농업축제가 가져야 할 힘이다.

화천사랑상품권을 활용한 올해의 시도 역시 그런 측면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관광객이 축제에서 지출한 돈이 지역 상점과 농민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세계화와 지역경제는 서로 다른 목표가 아니다.

세계인이 많이 올수록 화천 농민과 상인이 더 웃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화천형 글로벌 축제의 모델이어야 한다.


 

2029년 화천역 시대는 또 다른 기회다

 

더욱이 화천의 관광환경은 앞으로 크게 달라진다.

동서고속화철도가 개통되고 화천역 시대가 열리면 수도권 관광객이 화천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철도는 사람을 데려올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을 화천에 머물게 하는 것은 결국 콘텐츠다.
 

겨울에는 산천어축제, 여름에는 세계적인 토마토축제가 기다리고 있다면 화천역은 단순한 교통시설을 넘어 관광객을 지역 곳곳으로 연결하는 관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토마토축제의 세계화는 먼 훗날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화천역 시대와 맞물릴 수 있다.


 

세계적인 축제에는 ‘한 장면’이 있다

 

또 하나 반드시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

세계적인 축제에는 사람들의 기억에 박히는 결정적인 한 장면이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 리우에는 삼바가 있고,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에는 거대한 맥주잔을 든 사람들이 있으며, 스페인 라 토마티나에는 거리가 붉은 토마토로 뒤덮이는 장면이 있다.
 

화천산천어축제에도 얼음판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얼음구멍에 낚싯대를 드리운 장면이 있다.

그렇다면 화천토마토축제에는 무엇이 있는가.

‘황금반지를 찾아라’는 이미 화천토마토축제를 상징하는 대표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세계인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고 “저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할 화천만의 압도적인 한 장면을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지금부터 지역 주민과 농민, 청년, 관광·축제 전문가들이 함께 찾아야 한다.

그 한 장면이 만들어지는 순간 ‘화천 토마티발’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세계인이 기억하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


 

작은 화천이기에 더 크게 꿈꿔야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인구 2만여명의 작은 접경지역에서 세계적인 축제를 하나도 아닌 두 개씩 만드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하지만 화천은 이미 그 질문에 한 번 답한 적이 있다.
 

산천어축제다.

처음부터 세계적인 축제였던 것은 아니다.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수많은 시행착오와 도전을 거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두 번째라고 못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산천어축제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기에 두 번째 도전은 더 잘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당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다.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내년 축제를 준비하면서 올해보다 관광객 몇 명을 더 모을 것인가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5년 뒤와 10년 뒤 화천토마토축제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 것인가를 함께 그려봤으면 한다.

그 출발점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토마토축제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세계인이 ‘토마토축제’ 하면 화천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

쉬운 목표는 아니다.

그래서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

올해 처음 열흘 동안 펼쳐진 화천토마토축제는 막을 내렸다.

그러나 어쩌면 올해의 열흘은 단순히 축제 기간이 길어졌다는 것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화천토마토축제의 다음 20년을 다시 설계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에 ‘라 토마티나’가 있다면,

대한민국 화천에는 ‘토마티발’이 있다.

언젠가 세계의 여행객들이 그렇게 말하는 날을 상상해 본다.

겨울이면 산천어를 만나러 세계인이 화천으로 오고, 여름이면 토마토를 만나러 다시 화천으로 오는 도시.
 

겨울의 산천어, 여름의 토마티발.

이제 화천토마토축제도 그만한 꿈을 꿀 때가 됐다.

 

김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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