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보다 질을 택했다”…화천토마토축제, 열흘의 새로운 실험 통했다
3박4일서 열흘로 파격 확대…폭염 속 5만8,000여명 축제장 찾아
황금반지 유료화·화천사랑상품권 전액 환급…축제 소비 지역상권으로 연결
사내체육공원 이전으로 고질적 혼잡 해소…먹거리·체험 콘텐츠도 대폭 확충
방문객 단순 집계보다 만족도·지역경제 기여도에 무게…내년 축제 진화 주목
화천토마토축제가 ‘얼마나 많이 왔느냐’보다 ‘어떻게 즐기고 지역에 무엇을 남겼느냐’를 중시하는 축제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달 31일 개막해 9일까지 열흘간 화천군 사내면 사내체육공원 일원에서 펼쳐진 2026 화천토마토축제가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5만8,000여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며 새로운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막을 내렸다.
올해 축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단순한 방문객 숫자가 아니다.
축제 기간과 공간, 프로그램, 요금체계까지 과감하게 손질하면서 관광객 만족도를 높이고 축제에서 발생한 소비가 지역경제로 이어지도록 구조 자체를 바꿨다는 점이다.
2003년 처음 시작된 화천토마토축제는 그동안 주로 3박4일 일정으로 열렸다. 하지만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올해 처음으로 축제 기간을 열흘로 크게 늘렸다.
장소도 기존 사창리 문화마을 시가지에서 보다 넓은 사내체육공원으로 옮겼다.
단순히 축제 일수와 면적만 늘린 것은 아니다.
화천군은 올해부터 지역 축제는 물론 각종 스포츠대회 방문객을 집계하는 과정에서 허수와 중복 집계를 걷어내고 최대한 실제 방문객에 가깝게 산정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외형적인 관광객 숫자를 부풀리기보다 실제 축제장을 찾은 사람이 얼마나 만족했는지, 축제가 지역경제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줬는지를 제대로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그 결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가운데서도 열흘 동안 모두 5만8,000여명의 관광객이 실제 축제장을 찾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3,000원 냈지만 다시 3,000원…황금반지의 ‘지역경제 실험’
올해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황금반지를 찾아라’ 유료화였다.
지난해까지 무료였던 프로그램의 참가비를 올해 처음 3,000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단순한 유료화와는 달랐다.
참가자가 낸 3,000원만큼 화천사랑상품권 3,000원권을 그대로 돌려주는 방식을 적용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사실상 비용 부담 없이 황금반지 이벤트를 즐기면서 상품권을 받아 축제장과 지역 상가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축제 프로그램에 지불된 돈이 다시 지역 안에서 소비되도록 만든 셈이다.
축제의 흥행을 지역 상권의 실질적인 매출로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지역 상인과 입점업소들의 협조도 힘을 보탰다. 축제 기간 우려되는 바가지요금을 막기 위한 상인들의 자정 노력 속에 단 한 건의 바가지요금 관련 민원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을 많이 불러 모으는 것만큼이나 한 번 방문한 관광객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축제 운영 방향이 현장에 반영된 결과다.
넓어진 축제장…해마다 되풀이되던 보행 혼잡 사라졌다
축제장을 사내체육공원으로 옮긴 것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축제에서는 한정된 공간에 관광객이 집중되면서 보행자 통로가 좁아지는 등 혼잡 문제가 반복돼 왔다.
올해는 축제 공간 자체가 크게 넓어지면서 관광객 동선에 숨통이 트였고 고질적으로 제기됐던 보행 불편 민원도 사실상 사라졌다.
늘어난 공간은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사내면 목장에서 운영된 ‘양떼목장’ 프로그램은 올해 처음 선보여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광객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군 장비 전시장 역시 기존의 단순 관람 방식에서 한 단계 나아갔다.
관광객들이 직접 전투복을 입어보고 사격 체험과 지뢰 탐지 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해 접경지역 화천만의 특색을 살렸다.
단순히 ‘보는 축제’에서 직접 만지고 입어보고 체험하는 축제로 프로그램의 폭을 넓힌 것이다.
토마토 아이스크림부터 시원한 생맥주까지…먹거리도 달라졌다
축제의 또 다른 변화는 먹거리였다.
화천힐링센터가 개발하고 4-H 화천군연합회 청년 농업인들이 판매한 토마토 아이스크림을 비롯해 화천산 농특산물이 30여개 품목으로 확대됐다.
여름 축제에 어울리는 시원한 생맥주와 화천산 토마토를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도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는 축제장에서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에서 생산된 농특산물을 관광객에게 직접 소개하고 소비로 연결하는 기회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토마토축제가 단순한 여름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 농업과 상권, 관광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 대목이다.
‘열흘 축제’ 첫해…이제 중요한 것은 정밀한 성적표
올해 화천토마토축제의 의미는 성공 여부를 단순히 방문객 5만8,000여명이라는 숫자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기간이 기존 3박4일에서 열흘로 크게 늘었고 장소와 운영 방식, 주요 프로그램까지 상당 부분 달라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올해 화천군이 스스로 ‘관광객 숫자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질적 성장과 지역경제 기여도를 평가하겠다는 방향을 세웠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축제의 진짜 성적표는 앞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열흘 동안 관광객들이 지역에서 얼마나 소비했는지, 화천사랑상품권이 어느 업종과 지역에서 사용됐는지, 숙박·음식점·농특산물 판매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는지 등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기간을 열흘로 늘린 만큼 운영비와 인력 부담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프로그램별 만족도와 재방문 의향은 어떠했는지도 내년 축제를 설계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축제의 성패를 ‘몇 명이 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만족하고, 얼마나 머물고, 지역에 얼마를 남겼느냐’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면 그 변화 자체가 올해 축제가 남긴 중요한 성과다.
화천군도 올해 축제 결과를 면밀하게 분석해 내년에는 먹거리와 즐길거리, 볼거리를 한층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김세훈 화천군수는 “열흘 동안 화천토마토축제장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에게 화천군민을 대표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내년에는 더 신나는 축제, 더 맛있는 축제, 더 시원한 축제로 돌아올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열흘로 길어진 축제, 넓어진 공간, 달라진 프로그램과 지역경제 환류 실험.
2026 화천토마토축제는 올해 하나의 답을 내놓기보다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가’를 넘어 ‘관광객과 지역이 함께 웃는 축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첫 실험을 마친 화천토마토축제가 내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할지 주목된다.
【김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