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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교대 개편 우려, 군 유휴부지 ‘초장기 임대’로 대비해야

기사입력 2026-08-1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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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교대 개편 우려, 군 유휴부지 ‘초장기 임대’로 대비해야



 

제27보병사단 해체 이후 화천 지역사회가 겪고 있는 후유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부대가 떠난 자리는 활력을 잃었고, 군 장병과 면회객 등을 기반으로 형성됐던 상권도 크게 위축됐다. 지역경제의 한 축이 사라진 충격은 몇몇 상점의 매출 감소에 그치지 않고 인구와 소비, 일자리와 지역 활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화천에서 군은 단순히 지역에 주둔하는 하나의 기관이 아니다. 오랜 세월 주민과 함께 지역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해 온 핵심 축이다. 군 장병과 군인가족이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지역에서 태어나는 아이들과 학교에 다니는 학생 가운데도 군인가족 자녀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군인가족은 화천에 거주하며 어린이집과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전통시장과 음식점, 상점 등을 이용한다. 군과 군인가족의 삶이 화천의 인구와 출생, 교육과 상권, 지역경제에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화천에서 군부대의 이전이나 해체, 기능 축소는 다른 지역에서 공공기관 하나가 이전하는 것과는 그 파급력이 다르다. 장병이 줄면 군인가족도 줄어들 수 있고, 아이들이 감소하면 어린이집과 학교가 영향을 받는다. 소비인구 감소는 음식점과 숙박업소, 소매업 등 지역 상권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군부대의 변화가 인구·교육·상권 등 지역사회 전반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군사도시 화천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방부의 중장기 병력구조 개편과 맞물려 제7보병사단과 제15보병사단 신병교육대의 향후 운용 문제가 거론되면서 지역사회의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물론 신병교육대 개편이 당장 일괄적으로 이뤄진다고 단정할 사안은 아니다. 병역자원 감소와 군 구조 개편, 대체 교육시설의 수용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기적으로 검토·추진될 사안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개편 시점이 몇 년 뒤냐는 데 있지 않다. 제27보병사단 해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화천에서 또 다른 군 기능 변화 가능성이 거론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지역사회가 느끼는 불안은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화천이 군 구조 개편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거나 모든 부대를 그대로 존치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는 없다. 병역자원 감소와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군 구조 개편은 국가적 차원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논의의 초점을 한 단계 넓혀야 한다. ‘군을 얼마나 남길 것인가’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군의 기능이 축소되거나 군이 떠난 공간을 어떻게 지역의 새로운 생존 기반으로 전환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부대의 철수나 기능 조정 자체만이 아니다. 군이 사용하지 않게 됐거나 활용도가 현저히 낮아진 토지가 다른 부대의 주둔 가능성이나 훈련장, 창고 등 장래 군사 수요를 이유로 계속 군용재산으로 묶인 채 장기간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가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토지라면 당연히 군이 유지해야 한다. 장래 군사적 활용계획이 명확한 부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장기간 구체적인 사용계획이 없거나 군사적 활용도가 현저히 낮은 토지까지 ‘언젠가 필요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묶어두고 지역에는 활용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화천은 전체 면적의 약 86%가 산림인 산악지역이다. 여기에 호수와 하천이 자리하고 군사시설보호구역을 비롯한 각종 규제가 중첩돼 있어 실제 지역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토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화천에서 활용 가능한 땅 한 평의 가치는 단순한 부동산의 가치를 넘어선다. 주민소득을 창출하고 관광·체육·복지시설을 조성하며 주거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역의 ‘생존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런 지역에서 군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부지마저 장기간 활용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역에서는 관광시설 하나, 체육시설 하나, 정주 공간 하나를 조성할 땅을 확보하기 어려운데, 활용도가 낮은 군용지가 지역 곳곳에 남아 있다면 주민들이 이를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화천군민은 지난 70여 년 동안 국가안보라는 대의를 위해 적지 않은 부담을 감내해 왔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을 비롯한 각종 규제로 재산권 행사와 지역개발에 제약을 받아왔고, 군부대 주둔에 따른 여러 불편도 국가안보를 위한 몫으로 받아들였다. 군과 주민은 그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왔다.


이제 안보환경과 군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면 국가의 접경지역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에는 군부대 주둔 자체가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었다면, 앞으로는 군 구조 개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휴 공간을 어떻게 지역의 새로운 성장 기반으로 전환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해진다.


그 현실적인 대안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군 유휴부지 초장기 무상·저리 임대제도’​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접경지역 지방자치단체가 군용지를 활용하기 위해 수십억, 수백억 원을 들여 일시에 매입하기란 쉽지 않다. 어렵게 토지를 매입하더라도 막대한 예산이 토지비에 투입되면 정작 주민에게 필요한 시설과 사업에 쓸 재원이 부족해지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발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소유권을 반드시 이전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장기 활용권을 보장하면 된다. 국방부가 소유권은 유지하되 군사적 활용도가 낮고 장기간 사용계획이 없는 유휴부지를 선별해 화천군과 같은 접경지역 지방자치단체에 30년, 50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 동안 무상 또는 저리로 임대​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장기간의 안정적인 사용권이 보장된다면 지역개발의 선택지는 크게 넓어진다. 지방자치단체는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어 국·도비 사업과 민간투자를 유치하기 쉬워지고, 토지 매입에 들어갈 막대한 예산을 시설과 콘텐츠, 주민지원 사업에 투입할 수 있다.


활용 방법도 다양하다. 사계절 관광자원과 체류형 관광시설을 조성하고 파크골프장을 비롯한 생활체육·복지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다. 청년과 귀농·귀촌인을 위한 주거·창업 공간이나 지역특화 산업을 위한 기반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지역 여건과 주민 수용성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군 유휴부지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시설을 조성하고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주민에게 환원하거나 복지와 지역발전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단순한 토지 활용을 넘어 지속 가능한 주민소득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다.


국방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이해가 반드시 충돌하는 것도 아니다. 국방부는 토지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경우 장래 군사 수요에 대비할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는 안정적인 장기 활용권을 확보해 지역발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소유는 국가가, 활용은 지역이’라는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방부는 군 유휴부지의 관리방식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군용지를 정기적으로 조사해 현재의 군사적 활용도와 향후 사용계획을 구분하고, 장기간 구체적인 사용계획이 없는 부지는 접경지역 지방자치단체가 우선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임대기간 역시 관광·에너지·정주 인프라 등 장기투자 사업이 가능하도록 충분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군부대 해체나 이전, 기능 축소가 예상되는 지역에는 사후대책이 아니라 ‘사전 지역상생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부대가 떠난 뒤 상권이 무너지고 인구가 빠져나간 다음 지역이 대책을 요구하고 정부가 뒤늦게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지방소멸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신병교육대의 향후 운용 변화가 당장의 일이 아니라고 해서 대책 마련까지 미래로 미뤄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기존 군 유휴부지는 물론 앞으로 군 구조 개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휴 군용지에 대해 접경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초장기 임대를 지원하고, 이를 정주·소득·일자리 창출과 연계할 수 있는 정책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화천은 수십 년 동안 군을 위해 존재한 도시가 아니다. 군과 주민이 함께 살아온 도시다. 군인가족 역시 화천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며 학교에 보내고 이웃과 어울려 살아가는 지역공동체의 일원이다. 그렇기에 군의 규모와 역할이 변화한다면 그 변화에 따른 부담을 지역에만 남겨서는 안 된다.


군의 기능이 줄어드는 만큼 지역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을 마련할 기회도 함께 주어야 한다. 군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있다면 새로운 인구와 일자리, 소득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가가 소유하되, 지역이 살리는 땅.


군 유휴부지 초장기 임대제도는 국가안보와 지역발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안보에 필요한 땅은 철저하게 지키되, 군사적 활용도가 낮고 장기간 사용계획이 없는 땅은 지역의 미래를 위해 함께 활용하자는 것이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의 최전선을 지켜온 화천과 접경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더 이상 당연한 것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국가안보를 위해 감내해 온 부담에 상응하는 지속 가능한 기회를 지역에 돌려줘야 한다.


그것이 화천군민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며, 변화하는 안보환경 속에서 군과 지역이 함께 살아가는 진정한 상생의 출발점이다.
 

김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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