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출입문은 골목과 맞췄는데…주민 안전공간은 어디에
-차량 교행조차 어려운 주택가 골목에 폭넓은 측면 출입문
-출입문 구간만 골목과 단차 없이 연결…다른 담장 구간은 높게 조성
-소방차 진입·활동 공간과 주민에게 열린 청사 부대공간은 마련되지 않아
-행사·회의 때 인접 배수펌프장 공영주차장 이용 여부도 지켜봐야
수십 년 만에 화천교육지원청의 새 청사가 들어섰다.
오래된 청사는 철거되고 현대적인 건물이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청사와 맞닿은 골목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들의 눈에는 반가움보다 아쉬움이 먼저 들어오는 대목이 있다.
청사 측면의 좁은 주택가 골목을 향해 설치된 폭넓은 출입문이다.
작은 쪽문 정도가 아니다. 양쪽으로 열리는 구조로, 외관상 차량 한 대도 통과할 수 있을 만큼 넓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출입문 아래의 바닥 구조다.
현장에서 보면 담장이 설치된 다른 구간은 청사 부지의 경계 기초를 골목길보다 높게 조성했다. 반면 출입문이 들어선 구간만 바닥 높이를 골목과 맞췄다. 문 안쪽의 청사 보행로도 골목과 단차 없이 연결되고 점자블록까지 설치돼 있다.
이 출입문이 담장 사이에 형식적으로 만들어진 시설물이 아니라 실제 통행에 이용할 목적으로 조성됐음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 문은 민원인을 위한 주 출입구가 아니라 직원들이 이용하는 측면 출입문으로 파악된다.
문 폭과 구조만으로 차량 출입까지 예정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차량도 통과할 수 있을 만큼 폭이 넓고, 골목에서 청사 내부로 단차 없이 연결돼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직원들의 통행 편의는 출입문의 폭과 바닥 높이, 내부 보행 동선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반영됐다.
반면 이 골목을 끼고 오랜 세월 살아온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재난 안전을 위해 청사 부지를 활용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바로 이 대목에서 주민들의 시선이 불편해진다.
차량 두 대가 비켜갈 수 없는 골목
교육지원청 측면과 맞닿은 골목은 차량 두 대가 서로 비켜갈 수 없다. 사실상 차량 교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폭이 좁고, 오래된 주택들이 골목을 따라 밀집해 있다.
화재나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소방차와 구조·구급차량이 신속하게 진입하고 활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골목은 주민들이 원해서 만든 길이 아니다. 오래전 형성된 주택가와 도시구조 속에서 주민들이 오랜 세월 감당하며 살아온 생활환경이다.
화천교육지원청도 수십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이 골목과 이웃해 왔다. 어느 구간이 얼마나 좁은지, 차량 교행이 가능한지, 인접 주민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래서 주민들의 첫 번째 아쉬움은 더욱 크다.
수십 년 만에 새 청사를 짓는 기회가 왔을 때 당초 계획과 설계 단계부터 골목과 맞닿은 청사 부지 일부를 주민 안전을 위해 활용할 수는 없었겠느냐는 것이다.
교육지원청 부지 전체를 주민에게 내놓으라는 요구가 아니다.
골목과 맞닿은 구간의 담장선을 일부 안쪽으로 물리거나 일정 구간을 골목 높이에 맞춰 개방함으로써, 비상시 소방차와 구급차가 진입하고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유 공간을 마련했으면 어땠겠느냐는 아쉬움이다.
좁은 골목 전체를 넓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청사와 접한 구간만큼이라도 숨통을 틔워줬다면 비상차량이 진입하거나 잠시 비켜서고, 소방·구조 활동을 펼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 공간은 평상시에는 주민들의 안전한 보행과 차량 통행에 도움을 주고, 위급한 순간에는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공공 안전공간으로 기능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청사 부지와 골목 사이에는 다시 담장이 세워졌다. 담장 아래 기초도 대부분 골목길보다 높게 조성됐다.
골목과 바닥 높이를 맞춰 단차 없이 길을 낸 곳은 주민 안전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직원들이 이용하는 출입문이었다.
직원들이 이용할 출입구에는 바닥 높이까지 골목과 맞춰 편리하게 길을 내면서, 정작 그 골목을 끼고 살아가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왜 비상시 활용할 공간을 고려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사를 누가 했느냐만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화천교육지원청이 새 청사 건립공사의 모든 과정을 직접 설계하고 발주하거나 시공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새 청사 건립에는 상급 교육행정기관과 설계자, 시공업체 등 여러 주체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확한 사업 주체와 설계·발주 과정은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화천교육지원청과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할 수도 없다.
새 청사를 실제로 사용할 기관은 화천교육지원청이다. 청사와 맞닿은 골목의 사정, 주민들의 오랜 불편과 생활환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기관 역시 화천교육지원청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도면을 그리고, 누가 담장을 시공했느냐에만 있지 않다.
청사 건립을 준비하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화천교육지원청이 주변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안전 문제를 충분히 전달했는지, 이를 설계와 시공에 반영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했는지가 중요하다.
만약 교육지원청의 의견이 설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면 주민 안전을 위한 공간이 왜 빠졌는지 상급 교육행정기관과 사업 관계자들에게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
반대로 주민들의 사정을 충분히 전달하지 않았다면, 수십 년간 같은 골목과 이웃해 온 지역 교육행정기관으로서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공사의 주체가 누구였든, 그 청사에서 근무하고 담장 밖 주민들과 앞으로 수십 년을 함께 살아갈 기관은 화천교육지원청이기 때문이다.
주민에게 열린 청사는 어디에 있나
주민들의 두 번째 아쉬움은 새 청사가 지역사회에 열린 공간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다른 공공기관의 마당이나 부대공간처럼 교육지원청 청사 마당도 자유롭게 드나들며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민원 업무가 있을 때만 들어가는 폐쇄적인 기관이 아니라 주민들이 부담 없이 오가고 잠시 쉬면서, 지역사회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열린 공공공간이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청사의 보안과 시설관리는 필요하다. 그러나 보안이 곧 주민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업무공간과 보안이 필요한 구역은 보호하되 청사 마당과 보행로, 녹지 녹지와 휴게공간 등 부대시설은 주민과 공유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었다.
특히 교육지원청은 학교와 학생, 학부모와 주민을 연결하는 교육행정기관이다. 다른 어느 기관보다 지역사회에 열린 모습을 보여줘야 할 곳이다.
그러나 새 청사에는 다시 담장이 둘러졌다. 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열린 마당보다 기관과 마을을 나누는 경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서 좁은 주민 골목을 향해서는 직원들이 이용할 폭넓은 출입문이 설치됐다.
주민을 위해 청사 부대공간을 개방하거나 안전공간을 마련한 흔적은 찾기 어려운 반면, 직원들이 골목으로 통행할 수 있는 출입문은 폭넓게 조성됐다.
다른 담장 구간은 골목보다 높게 조성하고, 직원들이 이용할 출입문만 골목과 단차 없이 연결한 모습은 이 같은 대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기관의 통행 편의는 출입문의 폭과 바닥 높이, 내부 보행 동선까지 세심하게 반영됐는데 주민들이 수십 년간 겪어온 좁은 골목의 불편과 재난 안전 문제는 왜 건립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는지 묻게 된다.
담장보다 주민을 먼저 생각했어야
지난 8월 11일 본지는 시론 「한쪽은 담장을 허무는데, 한쪽은 담장을 세운다」를 통해 신축 교육지원청사가 주민과 지역사회를 대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국가보안시설이었던 제2하나원은 철조망과 담장을 걷어내고 주민에게 다가갈 방안을 찾고 있는데, 정작 지역 주민들과 수십 년간 이웃해 온 교육행정기관의 새 청사에는 다시 담장이 세워졌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본지는 담장을 무조건 없애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었다.
차량 교행조차 어려운 골목과 오래된 주택가를 끼고 새 청사를 짓는 만큼, 담장보다 먼저 주민들의 생활과 안전을 살펴달라는 요청이었다.
새롭게 확인된 직원용 측면 출입문은 당시의 질문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골목 쪽으로 폭넓은 문이 설치됐고, 출입문 구간의 바닥은 골목과 높이를 맞췄다. 내부 보행로와 점자블록까지 단차 없이 연결됐다.
출입문 구간의 바닥 구조와 내부 보행로를 볼 때 직원들의 골목길 통행을 고려해 조성된 출입구로 보인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통행 편의를 세심하게 반영하는 동안, 골목을 끼고 살아가는 주민들의 불편과 안전은 함께 검토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직원들의 골목길 통행이 늘어날 경우 주민들의 생활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차량과 보행자가 뒤섞이는 좁은 골목에서 안전 문제는 없는지, 출입문을 설치하기 전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는지도 밝혀야 한다.
배수펌프장 공영주차장 이용도 지켜봐야
주차 문제도 앞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교육지원청에서 행사나 회의가 열리면 평소보다 많은 차량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 청사 내부 주차공간으로 이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인접한 배수펌프장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아직 교육지원청이 이 공영주차장을 직원이나 행사 참석자들의 주차공간으로 이용하기로 했다고 확인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를 현재의 사실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주민들을 위해 조성된 공영주차장이 앞으로 교육지원청 직원이나 행사 참석자들의 사실상 보조주차장으로 이용되는지는 분명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교육지원청은 청사 안에 몇 면의 주차장을 확보했는지, 상주 직원과 민원인의 일상적인 주차 수요를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 행사와 회의 때 발생하는 추가 주차 수요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교육지원청 직원과 행사 참석자도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새 청사를 지으면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주차 수요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인접 공영주차장에 상시 의존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것은 단순한 공영주차장 이용 문제가 아니라, 새 청사에서 발생하는 주차 수요를 교육행정기관이 제대로 책임졌느냐는 문제가 된다.
교육은 말보다 행동이어야 한다
주민들의 불편한 시선은 한 지점을 향한다.
자신들이 이용할 길은 주민 골목과 편리하게 연결하면서, 정작 그 골목을 끼고 살아가는 주민들의 오랜 불편과 안전 문제는 왜 건립 과정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교육지원청은 지역의 교육공동체를 이끄는 공공기관이다.
교육은 말로만 공동체와 배려를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공공기관 스스로 이웃을 존중하고, 기관의 편의가 주민의 불편 위에 놓이지 않도록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도 교육이다.
측면 출입문 하나가 화천 교육행정의 전부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골목을 향해 크게 난 그 출입문은 묻고 있다.
직원들의 통행을 위해서는 차량도 통과할 수 있을 만큼 폭넓은 문을 설치하고 바닥 높이까지 골목과 맞추면서,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공간은 왜 마련하지 못했는가.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청사 부대공간은 마련하지 않으면서, 직원들이 주민 골목으로 드나들 출입문은 왜 이처럼 세심하게 조성했는가.
앞으로 교육지원청이 이 출입문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직원들의 골목길 통행이 주민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각종 행사 때 인접한 배수펌프장 공영주차장을 사실상 보조주차장처럼 이용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담장은 다시 세워졌다.
차량 교행조차 불가능한 주민 골목을 향해서는 폭넓은 직원용 출입문이 만들어졌다. 다른 담장 구간은 골목보다 높게 막으면서 그 출입문만 골목과 단차 없이 연결됐다.
이제 질문은 누가 공사를 했느냐에만 머물지 않는다.
누가 주민들의 사정을 설계에 담으려 했는가. 누가 좁은 골목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했는가. 그리고 이 새 청사는 앞으로 누구와 함께 살아갈 공간인가.
직원들의 통행 편의는 출입문의 폭과 바닥 높이까지 세심하게 반영됐다. 그런데 주민들이 수십 년간 겪어온 좁은 골목의 불편과 안전 문제는 왜 건립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는가.
바로 그 불균형이 주민들의 눈에 더욱 불편하게 보인다.
【김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