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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는 길, 오늘은 혼자가 아닙니다

집 앞에서 기다린 ‘하루의 보호자’…화천 어르신 병원길에 동행이 생겼다

기사입력 2026-09-0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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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는 길, 오늘은 혼자가 아닙니다”

 

집 앞에서 기다린 ‘하루의 보호자’…화천 어르신 병원길에 동행이 생겼다

-65세 이상 재가노인 누구나 신청…접수·진료 보조부터 약 수령·귀가까지

-6월 시작 후 62명 이용…병원까지의 ‘거리’보다 힘들었던 ‘혼자 가는 길’ 덜어준다



 

아침부터 병원 갈 채비를 한다.


젊었을 때야 대수롭지 않았던 병원 나들이지만, 나이가 들고 몸이 불편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집을 나서 병원까지 가는 것부터 일이다.


병원에 도착해서도 접수하고 기다리고 진료실을 찾아야 한다. 의사의 설명을 듣고 처방전을 챙겨 약을 받은 뒤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하루의 일정이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는 병원 문을 나서 다시 집에 돌아오기까지 모든 순간이 작은 고비가 될 수 있다.


그런 화천의 어르신들에게 요즘 ‘병원 가는 날 함께하는 사람’​이 생겼다.


화천군이 운영하는 어르신 병원 동행 매니저다.

 


아침, 집 앞으로 ‘동행’이 찾아온다

 

진료 예약일.


동행 전담 매니저가 어르신이 사는 곳으로 찾아간다.


목적지는 병원이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어르신을 병원 앞에 모셔다드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집에서 병원으로, 접수창구에서 진료실로, 진료실에서 약을 받는 곳으로, 그리고 다시 집까지.


병원을 이용하는 전 과정을 함께한다.


화천군은 지난 6월부터 위탁기관인 강원화천지역자활센터 부설 화천통합돌봄지원센터를 통해 어르신 병원 동행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대상은 병원 진료가 필요한 65세 이상 재가노인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 하나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특별한 조건이 없다는 것이 이 사업의 특징이다.


독거노인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저소득층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해서 제외되는 것도 아니다.


65세 이상 재가노인 가운데 병원에 갈 때 동행 매니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신청할 수 있다.

 


병원 문 앞에서 끝나지 않는 동행

 

병원에 도착하면 동행 매니저의 역할은 오히려 더 많아진다.


접수 등 병원에서 필요한 행정 절차를 돕고, 필요할 경우 진료 과정도 보조한다.


고령의 어르신에게 병원은 때때로 낯설고 복잡한 공간이다.


어디에서 접수해야 하는지, 어느 진료실로 가야 하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챙겨야 한다.


진료가 끝났다고 동행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처방전을 챙기고 약을 수령하는 과정까지 돕는다.


약을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 안내하고, 진료와 관련한 정보는 어르신 본인이나 보호자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마지막 일정이 남아 있다.


귀가다.


어르신이 다시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동행 매니저의 하루도 끝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병원 방문에서 귀가까지’​다.

 


병원까지 몇 ㎞보다 더 멀었던 것

 

고령자에게 병원은 단순히 ‘거리’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병원이 몇 ㎞ 떨어져 있느냐보다 더 큰 문제는 그 길을 혼자 감당할 수 있느냐다.


몸이 불편하면 집 밖으로 나서는 것부터 부담스럽다.


병원에 도착하면 접수와 대기, 진료, 처방, 약 수령까지 여러 절차가 이어진다.


가족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함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녀가 다른 지역에 살 수도 있고, 함께 살더라도 직장이나 생업 때문에 평일 낮 병원에 동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화천군의 병원 동행 서비스는 단순한 이동지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차량이 아니라 ‘사람’을 지원하고, 이동만이 아니라 병원을 이용하는 ‘과정’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함께 가줄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

 

어르신이 병원에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반드시 새로운 병원이나 거창한 시설만은 아니다.


때로는 곁에서 접수를 도와줄 사람,


진료실까지 함께 가줄 사람,


처방전을 챙겨줄 사람,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까지 지켜줄 사람이 필요하다.


화천군의 병원 동행 서비스는 바로 그 빈자리를 채우는 사업이다.


서비스를 원하는 어르신은 진료일 약 1주일 전 화천통합돌봄지원센터에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운영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지난 6월 사업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서비스를 신청해 안전하게 병원 진료를 받은 어르신은 62명이다.


62번의 숫자가 아니다.


그 안에는 병원에 가야 했던 어르신들의 하루가 있고, 그 곁을 지킨 동행의 시간이 있다.

 


초고령사회 화천, 돌봄이 ‘집 밖’으로 나왔다

 

고령사회에서 돌봄은 집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병원에 가고, 약을 받고, 필요한 진료를 제때 받는 것 역시 어르신이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아무리 좋은 의료서비스가 있어도 정작 병원까지 갈 수 없다면 소용이 없다.


갈 수 있더라도 혼자 병원 절차를 감당하기 어려워 진료를 미루게 된다면 의료 접근성에는 또 다른 장벽이 생긴다.


화천의 병원 동행 서비스는 그 장벽 앞에 한 사람을 세우는 방식이다.


‘혼자 가지 마십시오. 함께 가겠습니다.’


사업의 의미를 압축하면 어쩌면 이 한마디에 가깝다.


화천군은 보다 많은 어르신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 경로당에 사업 내용을 알리는 한편 자체 SNS 채널과 군민 소식지 등을 활용해 홍보를 확대하고 있다.


김세훈 화천군수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원하는 날에 필요한 진료를 받으실 수 있도록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더 많은 어르신이 병원 동행 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까지가 ‘돌봄’이다

 

진료가 끝난다.


처방전을 챙긴다.


약을 받는다.


그리고 집으로 향한다.


병원에 갈 때 시작됐던 동행은 어르신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때 비로소 마무리된다.


복지는 때로 거대한 건물이나 큰 예산보다 누군가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 그 곁에 사람이 있는 것​에서 체감된다.


몸이 아픈데 함께 병원에 갈 사람이 없어 걱정했던 어르신에게는 더욱 그렇다.


병원 문까지 데려다주는 것이 아니라
병원 문을 함께 열고,
진료를 함께 지나,
다시 집 문 앞까지 돌아오는 것.


화천의 어르신 병원 동행 서비스가 하고 있는 일이다.


병원 가는 길이 막막했던 화천의 어르신들.
이제 그 길에는 ‘동행’이 있다.

 

<김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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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신문 (inewspeo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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