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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섯 경찰서장과 함께한 4년, 직함을 내려놓으며

기사입력 2026-09-0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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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섯 경찰서장과 함께한 4년, 직함을 내려놓으며

 

이달 말이면 4년 동안 맡아온 화천경찰서 경찰발전협의회장직을 내려놓습니다.


2022년 9월 처음 회장으로 선출된 뒤 안용식 서장을 시작으로 허행일·이주환·권호석·조재형 서장에 이르기까지 다섯 분의 경찰서장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한 지역에서 4년 동안 다섯 명의 경찰서장과 함께했다는 것은 제게도 흔치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새로운 서장이 부임할 때마다 화천의 지리와 주민 정서, 접경지역이자 군인도시라는 특수성을 설명하며 새로운 관계를 시작했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고 마음을 나눌 즈음이면 어느새 이임의 악수를 해야 했고, 다시 새로운 서장을 맞았습니다.


다섯 분은 성격도, 말투도, 조직을 이끄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지역을 바라보는 시선과 현안을 풀어가는 방법에도 저마다의 색깔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이야기할 때 보여준 진지한 표정과 책임감만큼은 모두 같았습니다.


부임 인사를 나눈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작별 인사를 건네야 했던 순간들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떤 분은 화천을 떠난 뒤에도 안부를 전했고, 어떤 분과는 함께했던 현장과 나누었던 대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서장은 떠나도 그 시절 함께했던 고민과 인연은 지역에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경찰서장은 바뀌어도 지역 치안은 하루도 멈출 수 없습니다. 주민의 안전에는 단 한순간의 공백도 생겨서는 안 됩니다. 그 연속성을 지키는 힘은 결국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경찰관들과 경찰을 믿고 협력하는 주민들에게서 나옵니다.


제가 회장으로 취임하며 처음 밝혔던 다짐도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화천이 한반도의 중심이면서 접경지역이자 군인도시라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고, 주민과 경찰의 신뢰와 협조를 바탕으로 경찰 행정 발전과 사회적 약자 보호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제언하겠습니다. 협의회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하겠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 그 약속을 얼마나 충실히 지켰는지 스스로 되돌아봅니다.


경찰발전협의회는 경찰의 일을 대신하는 조직도, 경찰서 행사에 참석해 자리를 채우는 친목단체도 아닙니다. 주민의 눈으로 지역 치안을 살피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찰에 전달하며, 경찰과 주민 사이에 놓인 거리와 오해를 줄여가는 민·경 협력의 통로여야 합니다.


경찰의 입장만 주민에게 설명하는 데 머물러서도 안 되고, 주민의 요구를 아무런 여과 없이 경찰에 전달하는 데 그쳐서도 안 됩니다. 경찰이 미처 보지 못한 주민의 불편을 알리는 동시에 주민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찰의 현실과 어려움도 설명해야 합니다. 그 사이에서 합리적인 접점을 찾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경찰발전협의회의 본래 역할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경찰의 노고에 감사와 격려를 보냈고, 때로는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했습니다. 경찰이 주민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달라고 요청했고, 주민들에게도 경찰을 믿고 협력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회의실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산천어축제장의 매서운 겨울밤에는 경찰관, 자율방범대원들과 함께 축제장과 선등거리 일대를 걸었습니다. 수많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축제장 주변과 상가 밀집지역을 살피고, 범죄와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홍보 활동을 벌였습니다.


뜨거운 여름의 토마토축제장에서는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각종 범죄의 위험을 알렸습니다. 기초질서와 교통안전의 중요성을 안내하고, 불법촬영과 온라인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수칙도 전달했습니다.


학교 앞에서는 청소년들에게 마약범죄와 학교폭력의 위험성을 알렸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건네는 음료를 함부로 마시지 말고, 마약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마약은 우리 지역 청소년들과 거리가 먼 문제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아이들의 안전에는 ‘설마’라는 방심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의실에서는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학교폭력, 농산물 절도, 사회적 약자 보호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지역치안협의회에서는 방범용 CCTV 확충, 교통안전시설 개선, 자율방범대 지원, 정신질환자 위기 대응, 범죄 피해자 보호 등 지역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겉으로는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홍보물 한 장을 건네고, 주민에게 예방수칙 몇 마디를 설명하며, 늦은 밤 거리를 한 차례 더 순찰하는 일이 당장 눈에 띄는 성과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범죄 피해를 막은 한 번의 안내, 사고 없이 지나간 축제의 하루, 위험에 놓인 주민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순간이야말로 지역 치안의 가장 값진 성과입니다.


치안의 성과는 흔히 ‘무슨 사건을 해결했는가’로 평가되지만, 더 좋은 치안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막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이 큰 사건 없이 하루를 보내고, 아이들이 안심하고 학교에 다니며, 어르신들이 두려움 없이 거리를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경찰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야 할 평온한 일상입니다.


그 과정에서 화천경찰서가 경찰청 주관 치안고객만족도 조사에서 강원도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은 무척 반가웠습니다.


민원 처리와 112 신고 대응, 교통사고 조사와 수사 등 경찰을 직접 접한 주민들의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은 단순한 기관 표창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주민들이 경찰을 믿고, 경찰의 업무 처리에서 공정성과 친절함을 느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 성과는 어느 한 사람이나 한 단체만의 것이 아닙니다. 밤낮없이 현장을 지킨 경찰관들, 경찰을 믿고 협력한 주민들, 자율방범대를 비롯한 여러 협력단체가 함께 이뤄낸 결과입니다. 경찰발전협의회는 그 곁에서 작은 힘을 보탰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협의회장으로서 큰 자부심과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경찰과 가까이에서 함께하면서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경찰관들의 일상도 보게 됐습니다.


우리가 평온하게 잠든 시간에도 누군가는 순찰차 안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었습니다. 명절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을 때에도 누군가는 파출소와 사고 현장을 지켜야 했습니다. 주민의 다급한 신고 한 통이 접수되면 어떤 위험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현장으로 가장 먼저 달려가야 했습니다.


폭설과 집중호우가 닥치고 수많은 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축제 기간이면 경찰관들의 긴장과 책임은 더욱 커졌습니다. 사건을 처리하는 일뿐 아니라 길을 잃은 사람을 돕고, 아픈 주민을 살피며, 위험에 놓인 사람을 안전한 곳으로 인도하는 일까지 경찰의 몫이었습니다.


제복을 입고 있다는 이유로 경찰관은 늘 강해야 하고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경찰관 역시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이며, 아들과 딸입니다. 위험한 현장으로 출동하면서도 가족에 대한 걱정을 가슴 한쪽에 묻어두어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경찰관들의 그런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안전은 결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평온한 일상 뒤에는 이름 없이 수고하는 누군가의 희생이 놓여 있습니다.


아쉬움도 남습니다.


1992년 준공된 화천경찰서 청사는 30년이 훌쩍 지나면서 낡고 비좁아졌습니다. 협소한 업무공간과 불편한 민원 환경은 경찰관들의 근무 여건뿐 아니라 주민들이 받는 치안 서비스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경찰서 신축이 단순히 낡은 건물 하나를 새로 짓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경찰관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하도록 돕는 것은 곧 주민들이 더 신속하고 수준 높은 치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주민이 편안하게 민원 업무를 보고, 범죄 피해자가 독립된 공간에서 보호받으며, 경찰과 주민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치안 공간이 필요합니다.


경찰발전협의회장으로서 화천경찰서 신축의 필요성을 알리고, 지역사회와 행정·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자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임기 안에 그 결실을 보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새로운 화천경찰서가 군민에게 열린 안전의 공간으로 우뚝 서기를 소망합니다.


경찰협력단체의 역할과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일도 고민했습니다.


경찰발전협의회와 안보자문협의회, 생활안전협의회, 청소년육성회, 자율방범대, 모범운전자회 등 여러 단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서로의 역할을 잘 알지 못하거나 활동이 겹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에 협력단체들이 따로 움직이는 데서 벗어나 정책을 제안하는 단체, 지역사회와 연결하는 단체, 현장에서 실천하고 결과를 전달하는 단체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화천형 협력치안 모델’을 고민했습니다.


경찰의 힘만으로 지역의 모든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행정기관과 교육기관, 군부대와 사회단체, 주민이 함께 참여할 때 비로소 촘촘한 안전망이 만들어집니다. 경찰발전협의회의 역할도 경찰을 일방적으로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의 참여를 끌어내며 지역사회의 여러 주체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앞으로 자치경찰제도가 어떠한 모습으로 자리 잡든, 주민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치안은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합니다. 도시와 농촌, 대도시와 접경지역의 치안 여건은 같을 수 없습니다. 화천의 지리적 특성과 고령화, 군부대와 관광객이 많은 현실을 반영한 ‘화천다운 치안’이 필요합니다.


다섯 분의 서장과 함께한 4년 동안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제도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좋은 정책도 현장에서 실천하는 사람이 없으면 문서에 머물고, 훌륭한 장비도 주민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없으면 온전한 치안이 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시설과 인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경찰과 주민이 서로 믿고 협력하면 지역의 안전망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안용식 서장과 함께 첫발을 내디딘 뒤 허행일·이주환·권호석 서장을 거쳐 조재형 서장과 마지막 임기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동체 치안의 기반을 다지고, 치안고객만족도 강원도 1위의 기쁨을 나누었으며, 기초질서 확립과 화천형 협력치안의 방향도 함께 고민했습니다.


이 모든 일은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다섯 서장과 화천경찰서 모든 구성원의 노력이 이어지고 쌓이면서 만들어낸 4년의 발자취입니다.


다섯 서장과 맺은 인연은 제게 소중한 자산입니다. 누가 더 잘했고 누가 더 많은 성과를 냈는지를 평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각자 주어진 여건 속에서 화천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저는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노력과 진심을 가까이에서 보았습니다.


함께해 주신 경찰발전협의회 위원들에게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위원들은 생업과 각자의 책임이 있는 가운데서도 지역의 안전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주었습니다. 화려하게 드러나는 일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음과 힘을 보태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회의에 참석하고, 축제 현장에서 캠페인을 벌이고, 경찰의 어려움을 이해하며 주민의 목소리를 전달해 준 위원들이 있었기에 협의회를 이끌어올 수 있었습니다.


특히 협의회의 실무를 맡아 수고해 준 이봉은 간사와 각 분과장, 모든 위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회장을 믿고 함께해 준 그 마음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화천경찰서 경찰관 여러분께도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주민의 신고에 귀 기울이고, 사건과 사고의 현장에서 군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헌신해 주셨습니다. 때로는 주민의 오해와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맡은 책임을 다해야 했던 여러분의 노고를 잊지 않겠습니다.


경찰의 모든 판단과 업무가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주민 역시 경찰에 대해 아쉬움과 불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경찰은 주민의 목소리를 더욱 겸손히 듣고, 주민은 현장 경찰관들이 처한 현실과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신뢰는 어느 한쪽의 요구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서로 듣고 설명하며 한 걸음씩 다가갈 때 비로소 쌓입니다.


이달 말, 저는 경찰발전협의회장이라는 직함을 내려놓습니다.


섭섭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4년 동안 정이 들었고, 아직 끝내지 못한 일과 더 해보고 싶은 일도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자리는 언젠가 내려놓아야 하며, 새로운 사람이 새로운 시선으로 협의회를 이끌어가는 것 또한 조직의 발전을 위해 필요합니다.


사람은 자리를 떠나지만, 그 자리에서 배운 책임까지 내려놓을 수는 없습니다.


경찰발전협의회장이라는 이름은 내려놓지만, 지역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공동체의 안전을 살피는 일은 앞으로도 제 삶의 한 부분으로 남을 것입니다. 회장이라는 직함 없이도 주민의 한 사람으로 경찰의 노고를 응원하고, 잘한 일에는 박수를 보내며, 고쳐야 할 부분에는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4년 동안 저는 경찰과 주민 사이에 작은 다리 하나를 놓고자 했습니다.


그 다리가 얼마나 튼튼했는지는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 다만 누군가 그 다리를 건너 경찰을 조금 더 이해하고, 경찰도 그 다리를 건너 주민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취임 당시 약속했던 ‘주민과 경찰의 신뢰와 협조’, ‘사회적 약자 보호’, ‘공정하고 합리적인 협의회 운영’을 얼마나 실천했는지는 이제 지역사회와 함께했던 분들의 평가에 맡기겠습니다.


잘한 일이 있다면 함께한 모든 분의 공이고, 부족했던 일이 있다면 회장인 제 책임입니다.


안용식·허행일·이주환·권호석·조재형 서장과 함께했던 시간, 경찰발전협의회 위원들과 나누었던 마음, 화천경찰서 경찰관들의 땀과 헌신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떠난다는 것은 인연을 끝내는 일이 아니라, 함께했던 시간을 감사의 마음으로 간직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회장이 아닌 평범한 군민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화천경찰의 변함없는 이웃이자 든든한 응원자로 남겠습니다. 화천경찰서가 주민에게 더욱 신뢰받는 경찰로 발전하고, 화천이 어린이와 어르신, 여성과 장애인, 군 장병과 관광객 누구나 안심할 수 있는 따뜻한 안전공동체로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동안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행복했습니다.


김용식
화천경찰서 경찰발전협의회장

화천신문 (inewspeo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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