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대신 두 손이 움직였다. 강사의 손짓을 바라보던 경찰관들도 조심스럽게 같은 동작을 따라 했다. 서툰 손끝이었지만,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만큼은 또렷했다.
화천경찰서가 수어를 통해 농인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치안 현장의 소통 문턱을 낮추는 뜻깊은 시간을 마련했다.
화천경찰서(서장 조재형)는 지난 16일 경찰서 각 부서 대표 직원으로 구성된 청렴선도그룹과 각 파출소장 등을 대상으로 인권감수성 향상을 위한 한국수어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몇 가지 수어 표현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언어와 소통 방식을 직접 경험하며, 농인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인권의식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농인인 화천군수어통역센터장이 직접 강사로 나서 교육의 의미를 더했다.
‘농인’은 청각장애인 가운데 한국수어를 일상 언어로 사용하며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을 뜻한다. 강사는 이날 농인의 언어와 문화, 일상에서 마주하는 의사소통의 장벽을 당사자의 시각에서 생생하게 전했다.
경찰관이 신고 접수나 사건·사고 현장에서 농인을 만났을 때 갖춰야 할 태도와 효과적인 소통 방법도 함께 설명했다. 상대방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눈을 맞추는 것부터 표정과 몸짓을 활용하는 방법까지,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이어졌다.
경찰관들은 인사와 자기소개를 비롯해 치안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초 수어를 강사의 동작에 맞춰 하나씩 따라 했다. 화면과 강사의 손동작을 유심히 살피고 서로의 표현을 확인하며, 말이 아닌 또 다른 언어로 소통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각 파출소장도 교육에 함께했다. 일선 지역경찰관서 책임자들이 수어와 농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이날 배운 존중과 배려의 가치를 주민과 가장 가까운 치안 현장으로 확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교육은 작은 손짓 하나가 치안 서비스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위급한 상황에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신고 내용 파악과 피해자 보호에 큰 장벽이 될 수 있다. 농인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경찰관의 태도와 기본적인 수어 표현은 당사자의 불안을 덜고 신뢰를 형성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조재형 화천경찰서장은 “수어를 배우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것을 넘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더욱 세심하게 귀 기울이고, 누구나 존중받을 수 있는 인권친화적 치안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용식>
사진 설명
화천경찰서 청렴선도그룹 직원과 파출소장 등이 지난 16일 화천군수어통역센터장의 동작을 따라 하며 치안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초 수어를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