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괜찮으세요?”…화천의 약국·편의점·면사무소가 ‘생명지킴이’ 된다
-화천군 정신건강복지센터 ‘생명존중 안심마을’ 가동
-화천읍·하남면 생활공간 잇는 자살예방 안전망 구축
-위험 신호 조기 발견해 전문기관 연계…전 지역 확대 계획
누군가 힘겨운 하루를 견디고 있을 때, 가장 먼저 그 낌새를 알아차리는 사람은 의사나 상담사가 아닐 수도 있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약사일 수도 있고, 편의점 직원이나 이웃, 면사무소 직원일 수도 있다.
화천군이 바로 이 ‘가까운 사람들의 눈과 관심’을 하나의 생명안전망으로 잇기 시작했다.
화천군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최근 화천읍과 하남면을 중심으로 ‘생명존중 안심마을’ 운영에 들어갔다.
거창한 시설을 새로 짓는 사업은 아니다. 대신 주민들이 평소 오가는 약국과 편의점, 학교, 보건진료소, 행정기관, 복지시설 등에 자살예방의 접점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위기에 놓인 주민이 도움을 요청하기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먼저 위험 신호를 발견하고 손을 내밀자는 것이다.
센터는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화천읍과 하남면 지역의 참여 기관과 사회단체를 찾아 ‘생명존중 안심마을’ 현판을 부착했다.
현재 화천읍에서는 중앙약국과 프라자약국, 평생학습관, 실버복지센터, 하리파출소, GS편의점 문화센터점, 화천군새마을지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하남면에서도 용암보건진료소와 하남보건진료소, 화천중학교, 하남면사무소, 장애인보호작업장, 거목가든, 오브로, GS편의점 대양아파트점 등이 힘을 보탰다.
참여 기관의 역할도 단순한 현판 부착에 머물지 않는다.
지역 주민 가운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기관과 연결하는 한편, 자살예방 캠페인과 교육, 고위험군 맞춤형 서비스 지원, 자살수단 차단 등 5대 핵심 활동에 함께 참여한다.
특히 이번 사업은 정신건강 문제를 특정 기관만의 영역에 가두지 않고 지역 공동체 전체가 함께 살피는 문제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약을 사러 들르는 약국, 물건을 사는 편의점, 민원을 보러 찾는 면사무소처럼 평범한 일상의 공간들이 누군가에게는 위기의 순간을 붙잡아 주는 첫 번째 연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속 하남면사무소 앞에서도 이러한 취지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화천군 정신건강복지센터와 하남면 관계자들은 ‘자살예방을 위한 따뜻한 관심의 시작, 생명존중 안심마을과 함께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사업의 출발을 알렸다.
현판 하나를 다는 일은 작아 보인다. 그러나 그 현판이 붙은 곳마다 누군가의 위험 신호를 알아보는 눈이 하나씩 늘어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생명존중 안심마을’이 만들고자 하는 것도 결국 그 변화다.
화천군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올해 화천읍과 하남면을 시작으로 향후 사내면과 간동면, 상서면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재성 화천군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주민의 일상과 가까운 곳에서 자살 위험을 살피고 생명존중 문화를 지역사회에 확산해 나가겠다는 취지를 밝히며, 이 사업이 지역 주민을 지키는 또 하나의 안전망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살예방의 시작은 반드시 거창한 것이 아닐 수 있다.
평소와 다른 표정을 한 이웃을 한 번 더 바라보는 것, “무슨 일 있느냐”고 먼저 묻는 것, 그리고 필요한 도움으로 이어주는 것.
화천 곳곳에 걸리기 시작한 ‘생명존중 안심마을’ 현판의 의미도 여기에 있다.
사람을 살피는 마을.
위기의 순간, 혼자 두지 않는 이웃.
화천의 자살예방 안전망이 주민들의 가장 가까운 일상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용식>
사진설명
“가까운 이웃이 가장 먼저 손 내민다” 화천군 정신건강복지센터가 화천읍과 하남면을 시작으로 ‘생명존중 안심마을’ 운영에 들어갔다. 센터와 하남면 관계자들이 하남면사무소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생명존중과 자살예방을 위한 지역 공동체의 참여 의지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