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추석 장보기, ‘국산’과 ‘국내산’ 사이에서
추석이 다가오면 화천의 장바구니도 무거워진다. 전통시장과 마트에는 명절 음식을 준비하려는 발길이 이어진다. 과일을 고르고 고기를 살피다 보면 평소에는 지나쳤을 작은 글씨에도 눈이 간다. 원산지 표시다. 가족이 함께 먹을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서다.
사과에는 ‘국산’, 고기에는 ‘국내산’이라고 적혀 있다. 두 표기를 나란히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국산’은 처음부터 우리 땅에서 난 것이고, ‘국내산’은 외국에서 들여와 국내에서 가공하거나 키운 것을 뜻할까.
말의 느낌만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명절에는 부모님께 드릴 과일 한 상자, 자녀와 손주들이 먹을 고기 한 근도 신중하게 고르게 된다. 표기 하나가 마음에 걸리는 이유다.
하지만 원산지 표시에서 ‘국산’과 ‘국내산’을 그런 뜻으로 구분하지는 않는다. 국내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어느 쪽으로도 표시할 수 있다. 화천에서 수확한 사과에 ‘국산’이라 적든 ‘국내산’이라 적든, 그 사과가 자란 곳은 같다.
축산물 표기에서는 살펴볼 내용이 더 있다. 쇠고기를 고를 때는 원산지와 함께 한우·육우·젖소 등 식육의 종류를 확인할 수 있다. 외국에서 들여온 소를 국내에서 사육한 경우에는 그 이력을 알 수 있도록 추가 표시가 붙기도 한다. 그렇다고 ‘국내산’이라는 말 자체가 ‘외국에서 들여왔다’는 뜻은 아니다. 어느 한 단어에만 눈을 멈추지 말고 표시 전체를 읽어야 한다.
가공식품은 또 다르다. 국내에서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사용된 원료까지 모두 국산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명절 음식이나 선물을 고를 때 궁금한 원료가 있다면 포장지에 적힌 원산지를 따로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번 추석에는 ‘국산’이라는 표시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봤으면 한다. 화천에서 난 것인가. ‘국산’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됐다는 뜻이지, 어느 지역에서 났는지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생산지를 확인하거나 판매자에게 “이거 화천에서 난 건가요?” 하고 물어보면 된다.
화천에서 기른 농산물이 우리 집 추석 밥상에 오르고, 가까운 이웃의 명절 선물이 된다면 반가운 일이다. 소비자는 먹거리의 출처를 알고 고를 수 있고, 생산자는 자신의 수고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난다. 명절 장보기가 지역의 농가와 이어지는 순간이다.
원산지 표시는 판매자에게는 정확히 알려야 할 약속이고, 소비자에게는 알고 고를 수 있는 근거다. ‘국산’과 ‘국내산’의 어감만으로 판단하기보다 표시를 끝까지 읽고, 궁금하면 물어보자. 그리고 화천산을 사고 싶다면 화천에서 생산한 것인지 한 번 더 확인하자.
명절 밥상에는 음식과 함께 그것을 기른 사람의 수고도 오른다. 올 추석, 화천에서 난 먹거리가 우리 이웃의 밥상에 하나라도 더 오른다면 좋겠다. 무엇을 먹는지 알고, 누가 길렀는지 떠올릴 수 있는 한 상이라면 마음도 한결 넉넉해질 것이다.
<김용식>